왕복 10차선 중앙선위에 서 있다.
신호가 바뀌자 뒤로 잡아 당겼던 화살이 튀어 나가듯 하얀선 정지선에 섰던 차들이 일제히 미끄러져 달려 나간다.
차들이 남겨놓은 바람에 머리칼이 마구 흐트러진다. 거기에 매연은 뽀너스로 얹어 주고 내뺀다.
보험회사의 긴급 서비스는 언제나 올까?
노란 중앙선에서 껌뻑껌뻑 비상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존재를 알리고 있다.
두 달 전이었다.
이사를 위해 방을 알아보러 차를 길 옆 주차장에 세워둔 채 집이 마음에 안 들어 이것 저것 더 자세히 살펴볼 시간도 없이 2층에서 내려와 보니.
내가 다른 곳에 차를 세웠나 했을 정도로 내 차는 5분전의 내 차가 아니었다.
태권도 운행 차량이 한 쪽 옆에 깜빡이 등을 켜고 서 있고 도복 입은 젊은 여자가 이어폰 줄을 기울이며
전화를 해 대고 있었다.
"저, 이 차 주인이세요?"
아, 번호판을 보니 내 차다.
"후진을 하다가요. ....."
아, 제기랄이다.
여자는 무슨 전단지 귀퉁이를 찢어 전화번호를 주고 사라졌다.
"보험에서 다 처리 해 줄 거예요."
라는 말을 남긴채.
지난주였다.
아파트 입구에 얌전히 차를 세워두고 주말엔 멀리 여행을 갔었다.
웬 여자의 소행일까?
차를 한 번에 꺾어 나가려는 욕심으로 앞 바퀴 윗쪽을 또 찌그러뜨리고 내빼버렸다.
젠장할.
그리고 어제.
출근을 하는데 차에서 소리가 난다.
뒷날 깨진 황토구이 판 실어 놓은 게 생각났다.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고 중앙 안전지대에 차를 세웠다.
휠이 아스콘 바닥에 밀착되어 있었다.
바람을 넣어보니 옆에서 샌다.
어떤 놈일까?
도시는 나를 자꾸 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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