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별 거 아냐.

햇살가득한 2007. 2. 27. 00:02
별 거 아냐.
번호 : 2221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95   스크랩 : 0   날짜 : 2005.03.07 21:58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거 별 거 아닌데요. 드세요."

"이거 별 거 아니데요. 들어 보세요."

.....

별 거 아닌거!

그렇지만 주는 사람은 겸손으로 또는 정말로 <별 거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오늘 또 한번 이 작은 별거 아닌 것에서 마음을 추스리는 희망의 메세지를 받았다.

지난 주에는 공식적인 사회의 비공식적인 행위 때문에 일년치 울음을 한꺼번에 쏟아 놓고

그로 인해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한의사는 어떤 계기(정확히 말하면 내겐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기가 가슴에 막혀서

기 순환이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저렇게 침을 여기 저기 놓기도 하더니

며칠이 지난 뒤에는 급기야는 못고치겠다고 했다.

음식맛도 죄다 썼고

먹으면 그 음식 냄새가 역류해서 역겨웠다.

남들이 들으면 뭐 그깟 일에. 혹은 별 거 아닌 걸 갖고 할테지만

항상 이 별 거 아니라는 아주 작은 것들이 상황에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큰 돌덩어리를 가슴
에 던지는 결과를 만들곤 한다.

그 별 거 아니라는 게 말이다.

작년에 동료가 MP3로 다운 받은 CD 를 한 장 주면서 들어 보라고 했었다.

고맙게 받긴 했었지만 집에 오디오에는 되지 않아서 안 듣고 있다가

며칠전 새로 산 차에는 혹시 될까 하여 차에 꽂아 봤더니 나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오늘 출근길에는 mc들이 지네들끼리 떠드는 얘기 듣지 않고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불러 가며 출근을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얼굴을 마주한 동료들에게 문을 열면서 크게 인사를 건넸더니

오히려 의아해 하는 사람들. 내가 웃으니까 좋다면서 덩달아 활짝 웃는다.

지난 주에는 먹구름 낀 것 마냥 그렇더니 오늘은 화사해 졌다고.

늘 문을 열면서 꼭 누구에게랄 것없이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었는데, 지난 주 워낙 저기압이라

나를 대하는 사람들도 내 눈치를 살피며 저기압 자세를 보였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한의원엘 들리려고 또 조퇴를 했다.

집앞을 지나쳐야 하는데 막힌 기를 뚫을 수 없다던 한의사 말씀이 자꾸 생각나기도 하고

또 나 자신도 내 마음으로 뚫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에라~ 뭔 침이냐 싶어

차를 대 놓고 아침에 듣던 가요 CD를 크게 틀어 놓고 또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배도 고프다.

먹다가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 둔 말라가는 게를 꺼내 전자렌지에 돌리니 한 번 식은 게를 다시 데우면 비린내가 나고 맛이 없어서 못 먹는데

이게 웬일일가.

두 개를 금방 해 치우고 하나 남겨둔 것 까지 다 쪄먹을까 하다가 귀찮아 관두고 냉장고를 뒤진다.

냉장고를 뒤진다?

이 얼마만인가. 내가 식욕에 관심을 보인 것이. 갓 쪄낸 뜨거운 게 맛도 쓰다고 밀쳐뒀는데 하나도 쓰지 않다.

식욕 = 성욕 = 삶의 의욕

이라고 누가 말하던가.

어쨌든 난 잔뜩 배불리 먹고는 반신욕을 하러 목욕탕엘 다녀와 또 곧바로 집으로 올라오지 않고

차 안에서 MP3 CD를 크게 틀어 놓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래, 차 안을 잠시 음악 감상실로 만들지 뭐. 차 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듯이 말야.

소리를 질러 가며 노래를 부르는데 누가 나와 본다.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나?

문을 열고 나가 봤더니 뿡짝대며 소리가 밖에까지 울린다.

소리를 조금 낮춰 놓고 여전히 양쪽 발가락으로 포크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러다가 밧데리 나가는 건 아닐까?

친구에게 전화 했더니 밧데리 나간다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 지가 무슨 말 하는 줄도 모를 정도로 취했다.

어쨌든 내일 아침 밧데리 나가면 또 출근길 고생할 거 생각하니 김이 새서 음악을 끄고

집으로 올라 왔다.

그리고 어제 김천 가서 얻어 온 바다님이 담근 핏빛 포도주를 마시며 해롱거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별 거 아닌 거.

그건 역시 사소한 것이지만 감정의 격함을 또한 감정의 정화를 가져오는 큰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집으로 운전을 해 오면서 생각한 게

두 시간동안 꼼짝않고 앉아 있으라는 것과

두 시간동안 운전을 하라는 것

그냥 평지 길을 하루 종일 걸으라는 것과

등산을 하루 종일 하라는 것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

난 후자를 택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운전을 하는 것은 긴장도 되고 경치도 볼 수 있고

바위도 오르고 땀도 흘리고 하면서 등산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지난 주의 그 괴로웠던 사건도 결국엔 인생이라는 등산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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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여곡이나 되는 CD, 한적한 곳에 차 세워두고 노래 실력 겨룰 필요도 없이 그저 되는대로 따라 부를 사람 제 옆자리에 태워 드릴게요.

혹 컴을 잘 해서 분위기 잡을 팝송이나 클래식 CD를 구워 오시는 분들도 이동 노래방에 적극 태워 드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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