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명절방랑군 2탄

햇살가득한 2007. 2. 27. 22:03
2006.10.09 22:11

 

10월 5일.

허기가 반찬이고 피곤함이 단잠?

새벽녘이 되자 스레트 지붕위로 우당탕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도깨비가 있는가벼.

자면서 도깨비 생각을 하면서도 피곤함에 무서움도 못 느낀다. 

그렇지만 도깨비보다 더 무서운 전화벨 울리는 소리.

그 소리에 7시에 깼다.

산으로 첩첩 둘러싸인 곳. 그래서 해가 아직도 산을 넘어 오지 못했다.

집을 한 바퀴 돌고는 아침거리를 준비한다.

더덕을 몇 뿌리 캐서 껍데기를 까서 고추장을 양념하여 재워두고 쌀을 씻는다.

밥 한 공기, 더덕구이, 상추 몇 잎, 풋고추 두어 개..

상추의 약간 쌉싸름한 맛에 꾸미지 않은 촌 아낙같은 이미지가 느껴진다. 

이렇게 싱싱한 것을 늘 가까이 두고 간소하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책이나 볼란다.

숙제하듯 '동화창작의 즐거움'이란 책을 폈지만 눈에 들어 오지 않고 책꽂이에서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꺼내 들었다. 

강원도 어느 오두막에 사신다는 법정스님은 산골 생활을 어떻게 하고 계실까? 

 

 

 

책을 보다가 굽힌 목을 펴면 창문 너머로 수직으로 우뚝 솟은 앞 산이 보인다.

개도 더이상 짖지 않고 앞발을 모으고 턱을 고이고 있다.

차를 마시고, 물이 차면 화장실을 가고. 

수돗가에 손을 씻다가 고무다라이에서 헤엄치는 물방개를 보았다.

집을 한 바퀴 돌다가 밤나무 아래에 가서 떨어진 알밤을 주머니 가득 줍는다.

도깨비의 정체는 바람에 스레트 지붕위로 떨어지는 알밤이었다.  

햇살이 남서쪽으로 기울어지면 안채 처마밑에 널었던 고추를 바깥채 처마밑으로 옮기고

서쪽으로 기울면 아궁이가 있는 부엌쪽으로 한 번 더 옮겨 주었다.

해가 넘어가면 이슬을 가려주고 주방에서 또 음식 냄새를 피운다.

해가 졌으니 불을 끄고 또 자는 일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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