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생각해 보면 그 아이가 왜 오줌을 쌌을 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교육방침이 있지만
오늘부터는 마음을 다잡아 먹기로 했다.
우유 급식 때도 보면 3월 초에는 모든 아이들이 우유를 다 먹었다.
여기 아이들은 우유를 잘 먹는 구나.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나, 둘 우유를 안 먹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아니 안 먹겠다는 것이 아니고 집에 가져가서 먹어도 되냐 였다.
뭐, 그러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감기가 걸려서 찬 것을 먹지 말랜다.
응, 그래라.
먹으면 배탈이 난다.
응, 그럼 나중에 먹어라. 나도 우유만 먹으면 배탈이 난단다.
이래저래 빼 주었더니
요놈들 어제는 우유를 20명이나 안 먹은 거였다. 2/3 나 !!!
그래서 아침자습시간부터 소리를 질러가며 엄포를 놓았다.
너희들이 자유롭게 스스로 알아서 하길 바랬으나 안 되니 무섭게 하겠다고...
2교시 쓰기 수업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 사이를 돌아 다니며 제대로 글을 쓰고 있는지 글씨는 바르게 쓰고 있는지 봐 주고 있는데
물이 헹건하게 바닥에 고여 있었다.
웬거냐고 물었더니
아무개가 오줌을 쌌다고 여기 저기서 얘길 했다.
오줌싼 아이는 오히려 애들이 자기보고 오줌쌌다고 놀린다고 나에게 일러바친다.
얼굴을 살폈다.
아이들 앞에서 오줌을 싼 아이의 표정이 아니다.
다른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당당하다.
나도 아이들이 괜히 아무개를 놀린다고 생각하였다.
요즘 아이들은 들깨씨처럼 작은 '개구리 알'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물에 담가 놓고 커지는 걸 보는 걸 좋아하니까.
그 개구리 알이 물에 점점 불어서 나중엔 새끼 손톱만한 크기로 변한다.
쉬는 시간에는 맘껏 놀아라. 한창 발산해야 할 너희들이 40분 수업시간에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도 어디냐싶어 개구리 알을 가지고 놀던 씨름을 하던 내버려 두는데...
어쨌든 어떤 아이는 개구리 알을 담은 물을 쏟았다고 하는 아이가 있긴 했다.
일단 나는
'앞으로 개구리 알 학교에 가지고 오지 않기'하고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는 물 색깔을 자세히 살펴보니 약간 누런 것이-개구리 알은 좀 푸른 빛이다.-
냄새도 난다.
대걸레로 물을 닦으며 모아이 자리까지 가 봤더니 물이 처음 시작된 곳은 그 아이였다.
그 아이의 분홍빛 바지도 오줌 때문에 짙은 색을 띄었다.
'오줌을 쌌구나.'
나는 일부러 개구리 알을 탓하며 물을 쏟지 말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아이 옆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낮게 물었다.
"오줌을 싼 거니?"
이럴 땐 돌려서 길게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잽싸게 일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너무다 당당하게
'아뇨.'
라고 대답했다.
'엄마한테 전화해 줄까?"
했더니 싫다고 한다.
이럴 때 혼란이 온다. 아이의 당당한 태도에 정말 오줌을 싼 게 아니고 누가 개구리 알이 든 물통을 쏟은 게 아닐까 하고.
하지만 오줌에 젖은 부분이랑 안 젖은 부분이랑 경계가 가로로 너무 선명하다. 위에서 흘린 흔적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글씨를 더 예쁘게 쓰라고 주문을 하고는 얼른 연구실로 갔다.
아이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학교로 오라고 했다.
아이의 엄마는 바로 학교로 왔고 나는 복도까지 와 달라고 했다.
아이들이 눈치 안 채게 비밀모드-눈 감고 두 손을 포개어 엎드려 이마를 손 위에 얹기-를 하게 하고 비밀 모드를 제대로 안 한 아이들을 지적하며 여기 저기를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는 모 아이를 살짝 잡아 끌어 복도로 데려 갔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서 옷을 갈아 입힐 시간동안 비밀모드를 하고 있을 2학년 아이들이 아니다.
아이 엄마가 복도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왔다.
"이번엔 비밀모드를 하면서 내가 조용조용 돌아 다닐테니까 내가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용히 손을 들기다."
또 작전상 여기 저기 책상 사이를 누비며 다녔다.
아이들은 내 꾀에 속아 다니는 곳마다 손을 들었다.
아까 미리 열어 뒀던 뒷문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자리에 앉혔다.
그 아이 옆에 아이가 여전히 비밀모드를 한 채로 손을 들었다.
난 몇 분단을 더 돌다가 칠판 앞으로 가서 비밀 모드를 해제했다.
그리고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걸 이야기 했다.
지금도 의문이다. 내가 쉬는 시간을 안 준 것도 아니고 또 무섭게 한 것도 전혀 아니고...
내일 아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영문을 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