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뭔 짓이람

햇살가득한 2008. 5. 1. 21:35

오늘은 촌생활 회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두 시간가량 풀을 뽑았다.

이슬을 머금고 있는 풀끝에 초점을 맞춰 셔터를 누를까 하다가

감상을 뒤로 하고 머리채 잡아 채듯 풀을 잡아 뽑았다.

뒤돌아 보니 휑하니 속이 시원하다.

 

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오늘 할 일을 얘기했더니 궁상이라고 한다.

窮狀이든 宮狀이든 두고 보라고 맘속으로 큰 소리쳤는데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침을 먹고 소나무 껍질 벗기기.

해가 처마 밑으로 자꾸 쳐들어 와서 빨리 마감하느라 쉬지 않고 했더니 허리가 아프다.

두 등걸을 다 벗겨 쓰러뜨려 놨는데 그늘진 곳까지 옮기지 못하겠다.

누군가가 와서 힘을 보태줄때까지 소나무는 햇살을 온 몸으로 맞고 누워 있어야겠다.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려야 한댔는데...

 

점심을 먹고 이번엔 항아리 닦기.

소나무가 있었던 자리에 항아리를 놓아둘 참이다. 

항아리 너무 무겁다.

깨질까 조심스럽기까지하다.

허리 아픈 게 더 보태진다. 

비우고자 촌생활을 하는데 이건 더 갖고자 하는 거 같다.

이젠 항아리에 욕심 내지 말아야지.

항아리째 사 온 된장도 다독여주고.

혼자 얼마나 먹는다고.

 

허리가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오늘 휴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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