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똥 밟은 신발, 벌 서거랏

햇살가득한 2008. 4. 27. 21:21

 어제 산나물을 뜯으러 광주 근교 산엘 갔었다.

씨앗이 제 몸 속에 타이머를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싹을 틔우듯

내 몸속에도 때가 되면 꿈틀거리는 일들이 있다.

이맘때쯤 되면 산나물을 뜯으러 산을 헤집고 다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츄리닝으로 갈아 입고 �에 물릴까 두려워 등산화까지 신었다.

길 옆에서 산으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다.

지독한 거름 냄새...

처음엔 같이 간 분이 가져온 바구니에서 나는 냄새인줄 알았다. 

감자 썩힌 냄새가 배어 있는 줄 알고.

자꾸 코를 킁킁 거렸더니

"촌에 살면서 그런 냄새 싫어함 어찌 살어?"

하길래, 거름 냄샌가 했는데

으~~~

아니었다.

등산화에 철퍼덕 붙어버린 또ing.

낙엽을 뭉쳐 문지르고 일부러 낙엽쌓인 곳을 턱턱 걸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권정생님의 '강아지똥'으로 아이들 사이에선 똥이 좀 미화되긴 했지만

내게 동화와 실제 물건 사이의 거리는 멀기만하다.

지독히 따라다니는 냄새 때문에 쭈그리고 앉아 있기가 싫었고

차로 돌아오자 마자 신발부터 갈아 신었다.

그래도 나는 냄새 때문에 옷도 갈아 입었다.

집에 와서 씻으려고 신발을 수돗가에 던져 뒀더니

밤새 이슬을 다 맞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손 안대고 코 푸는 방법? 아니지, 손 안대고 똥 닦는 방법.

걍 비 맞게 내버려 두는 수밖에.

근데 왜 우리반 애들 잘못해서 벌세우는 거 같냐?

어깨동무 벌 세우다 슬쩍 팔 풀고 다짐을 받아 두는 그런 모양새다.  

앞으로 잘 보고 디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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