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김삿갓 방랑기

햇살가득한 2008. 5. 17. 21:09
김삿갓 방랑기
  • 글쓴이: 김삿갓
  • 조회수 : 42
  • 01.11.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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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해인사의 내리막길을 통쾌하게 내려와 합천에 사는 각깅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녀가 외친 한마디였다.
대구에서부터 해인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고
또 되짚어 오고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내가 자전거를 즐겨 타는 이유는
폐달로 인한 육체의 수고로움으로 바람을 가르는 정신적 상쾌를 맛볼 수 있고
그래서 뭐라도 할 것 같은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1박 2일의 여행은 자전저 타기를 좋아하는 것도 있었지만 대구에 와서 사람 사귀는 폭을 넓혀 보고자 함이었다.
17일 서부정류장에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어머니 회원들을 만나 해인사로 향했다.
맑은 공기를 맡으며 한적한 시골길을 내달릴 때는 서정적인 풍경화 속에 들어 와 있는 듯하였다.
산 아래 있는 낙엽송은 산꼭대기로 치달아 올라 가는 산불마냥 주황색을 띄고 있다.
해인사 이정표가 있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잘 갔으나 이정표 이후에는 완전 오르막길이라 자전거를 끌고 걸었다.
내 다리 하나 옮겨 놓는 것도 힘들어 자전거를 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차로 우리 일행을 지켜주던 "자행차"아저씨는 자전거를 차에 실어주겠노라고 했지만 오기가 있지.
집에서 10시 반에 떠난 여행길은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장작불 주위에 둘러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고 소주잔을 돌리고.
밤과 고구마를 불에 묻어 두기도 했다.
다정한 이야기가 오고가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니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나랑 동갑내기는 회사의 복잡한 것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 있던 별들도 힘들게 폐달을 밟았던 선물이라 여겨졌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가 아쉬워 1시 반을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코고는 소리, 깔깔대는 어머니들 소리, 목 마르면 나가 마시면 될 것을 자꾸 외치는 소리-아마도 "엽기인걸"걸-,
휴대폰의 알람 소리.... 들 땜에 제대로 못잤지만)
그리고 오늘 11시에 다시 출발하여 내리막길을 유쾌, 상쾌, 통쾌하게 내려오는데 기분이 정말!!
어제 자전거를 힘들게 끌면서 오르던 길이었다.
사람들은 자전거 코스를 인생에 비유한다.
오르막길와 내리막이 있는 길을.
아, 그런데 내 몸이 무거워져서 자전거가 덩달아 무거워진거다.
그래 좀 자전거를 차에 실어 함께 타는 처지가 되었는데 좀 있다 보니 이것 또한 내가 원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내려 한참을 힘겹게 달리다가 한 어머니와 자전거를 바꿔탔다.
훨씬 수월했다. 그래서 좀 무리해서 완주를 할 수가 있었다.
알고나니 병이 되더라는 말처럼 자전거의 차이를 안 이상 처음의 그 마음처럼 제대로 정모에 참석할 지 의문이다.
그래도 왕복 160km를 달려 온 내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취미가 같기에 스스럼 없이 잘 대해주던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내가 쳐져 있을 때 같이 힘이 되어 주고 목마를 때 물을 건네주던 분들. 그들이 아니었으면 난 엄두도 못냈을 일이었다.

혹 번개가 있으면 나두 끼워줘요. 다른 자전거 빌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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