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인물도 좋고 재능도 많아서 인기있는 아북이라는 열다섯살의 소녀가 살았다. 이태석 신부가 그녀에게 플루트를 가르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몇 번씩이고 잘 불 때까지 연습을 하고 남자아이들에게도 늘 당당했다고 기억한다. 심지어는 어른들에게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기 주장이 강해서 똥고집이 세다고 생각했다. 또한 총과 무기를 녹여서 트럼펫과 클라리넷을 만들어 톤즈에서 수십 년간 들려오던 총소리 대신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울려퍼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쓰기도 한 감성이 풍부한 소녀였다.
<아북>
아북이 중학교를 마칠 때 쯤 같은 반의 꾸아인이라는 아이를 사귀었는데 반에서도 항상 수석을 하였고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할 때도 악보를 완벽히 읽어 새로운 악보를 줘도 몇 십분만에 연주를 해 내던 명석한 아이었다.
<꾸아인>
그러던 어느 날 아북은 부모와 친척 어른들의 보쌈에 의해 강제 결혼을 하게 된다. 이미 아북은 꾸아인의 아이를 임신한 지 2개월이 된 때였다. 딩카족의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면 소를 지불하는 것이 관습인데 중학교까지 나온 아북이기에 그녀의 친정에서는 200마리의 소를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주르족인 꾸아인은 소도 없었고 홀어미니의 힘으로 겨우 풀칠이나 할 수 있을 정도여서 다른 사람의 후원 없이는 학비를 낼 수도 없을 정도의 가난한 살림이었다.
결혼식을 올린 아북은 첫날 밤 남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폭탄 선언을 한다. 이미 소가 건네졌고 문화 때문에 남편이 그녀를 죽일 수 있는 권한마저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로부터 칠팔 개월이 지난후 아북은 꾸아인의 아이를 낳았다. 물론 그때까지도 시댁에서는 아들의 아이인줄만 알았다. 아북의 남편은 아내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이혼을 결심한다. 결혼할 때 지불한 200마리의 소를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아북은 아이를 안고 친정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꾸아인은 아북이 돌아오던 날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자취를 감춰버린다.
어느날 이태석 신부는 꾸아인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북 수단의 냘라라는 곳으로 도망을 와 있으며 영어를 할 줄 알아서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 아북이 원해서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간다면 할 수 없지만 자기를 기다려준다면 10년이 걸리더라도 200마리의 소를 준비해서 꼭 데리러 오겠다고 신신 당부를 하며 울먹였다. 그것을 전해 들은 아북도 울먹이며 언제까지 기다리겠노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의 내용 중 일부를 각색한 것입니다. 꾸아인의 울먹이는 전화와 아북이 전해 달라는 소리에 내가 자꾸 울먹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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