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아는 분네랑 뒷산에 올랐다.
버섯이 한창일 때라 싸리 버섯을 좀 땄으면 해서 비닐 봉지를 몇 개 들고 갔는데
소나무 산이라 송이가 나온다고 했다.
따다 팔 것도 아니고 맛만 좀 봤으면 싶은데 이분들은 버섯은 생계를 위한 사람들 몫이라며 정해진 산길로만 간다.
그래도 한 때 버섯의 아름다움에 홀린 적이 있어서 카메라를 들고 가긴 했는데
오늘 버섯은 골프연습장에서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골프공같은 버섯 하나를 보는 것으로도 버섯 찍는 것에 더이상의 아쉬움이 없다.
알이 굵은 밤도 몇 개 따고
쭉정이는 숟가락도 만들어 어릴적 소꿉놀이 하던 추억도 떠올려 봤다.
소박한 점심을 얻어 먹고는
텃밭에서 아삭이 고추를 몇 개 따면서 된장에 푹 찍어 먹을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머위도 베어 주셨다.
머위는 껍질을 벗겨서 들깨가루와 볶을 것이고
뽕잎은 연한 것은 장아찌를 만들고
억센 것은 썰어 덖어서 차를 만들어야겠다.
가지는 어쩜 이리도 통통하고 매끈한 걸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예쁜 소녀 같다.
밭에서 호박잎쌈 해 먹을 요량으로 연한 호박잎을 몇 개 따고
호박은 새우젓 넣고 볶아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들깻잎도 쌈 싸 먹으면 좋겠다.
들깨가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소릴 듣고는 두어 번에 먹을 것만 따온다.
거름을 안해서 잎이 누런 색깔이다.
밭 앞에 연논이 있다.
집을 짓게 되면 차를 마시며 연꽃을 내려다 보는 재미가 좋을텐데
그 연잎을 9장 따 왔다. 주인에게 얘기 안했으니 도둑질인 셈이다.
4장은 연잎밥 쪄 먹으려 씻어 냉동실에 넣을 거고
5장은 잘게 썰어 덖어서 차를 만들어야겠다.
땡감도 4개 따 왔다. 이것 역시 도둑질이다.
갈옷에 색깔이 다 빠져서 이걸 믹서기에 곱게 갈아서
갈옷 염색을 한 번 더 해야겠다.
가지를 어슷썰기를 해서 계란을 입혀 전을 부쳐 먹을까 하고
계란을 사 오는 길에 노랗게 핀 뚱딴지 꽃을 보고는 가위로 잘라 왔다.
거실 구석에 노랗게 피어있는 꽃이 행복한 내 마음을 담은 듯 하다.
어젯밤 추석 명절을 쇠고 밤운전을 하며 서둘러 온 이유는 자연이 내게주는 이런 선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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