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가물더니 이틀 연이어 비가 내렸다.
그동안 말라서 죽어 버릴 것 같던 작물들이 두 번 물을 줘서 근근히 버티고 있었는데 비가 오니 뿌리에서 물을 빨아 올리는 동작이 마치 음료수병에 빨대 꽂아 빨아먹는 아이의 입 모양이 연상이 되기도 한다.
여튼 오늘 비가 그치길래 밭엘 갔다.
비 온 뒤의 발자국으로 봐서 오늘 아침에 다녀간듯 하다. 고라니 발자국 같은데 여기저기 널려 있고 녀석은 밭고랑에 똥까지 누고 갔다. 아마도 내년에는 밭에서 뽕나무가 나지 싶다.
나의 야심작 아로니아는 그 크기 그대로 열매를 달고 있고, 색깔이 좀 옅어 진 것 같다. 어제 검색을 해 보니 초록색이다가 점점 노란빛을 띠다가 나중에는 보랏빛으로 익어 간다. 그리고 8월말경이 딴다고 하는데 고라니가 뽕잎을 뜯어 먹고 오디를 먹은 걸로 봐서 녀석이 아로니아가 익어가면 그것도 다 따먹게 생겼다. 사온 농장주 아저씨한테 물어봐야겠다.
내가 밭에 가서 한 것이라곤 상추 따기, 밭 둘러보기, 부추 한웅큼 베기, 옥수수 10알 심기 정도인데 찜찜해서 보조기를 풀고 봤더니 종아리에 이런 벌레가 붙어 있었다. 이거 진드기 맞지? 밭에 갔다 올 때마다 하나씩 붙어서 이번에 벌써 세 번째이다.
어제는 살인진드기에 물려서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밭에 갔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물려서 밤에 고열이 나고 죽는다면, 그런데 아무도 내가 죽었는지 모른다면? 그래서 며칠 방치 된다면? 뭐 이런 생각 때문에 자다가 언니한테 문자를 보냈다. "언니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0000 이야. 그냥 알아두라고."
그런데 우리 언니 문자도 하루 넘게 안 보기도 하고 전화도 잘 안 받으니 1순위를 누구로 만들어 놓는담?
앞으로 밭에도 못 가게 생겼다. 어, 그럼 전원 생활은 어떻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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