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심은 야콘 4개.
어제 비가 오고 날이 추워진다길래 야무지지 못해 건드려도 부러지는 야콘을 캐러
퇴근을 하고 밭으로 달려 갔다.
바람도 불고 날은 흐린데다 곧 어두워질거라 그래도 조심조심 야콘을 캐는데
산자락 어디서
"부워, 부워"
하고 인기척인듯한 소리가 들린다.
흠칫 놀라 언덕 위를 쳐다보니 아무것도 없고 자세히 들어보니 부엉이가 가까운 산에서 울고 있나보다.
어두워지는 데 나는 이 부엉이 소리는 기분 나쁘게 무섭다.
호미가 당연히 차 안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없어서 밭 귀퉁이에 던져 둔 부러진 삽자루로 캐는데 뒤가 켕기는 게 영 마땅치 않다.
꼴랑 4개 심어 놓고 두 개만 캔 뒤 뒤꼭지가 당기는 것 같아 얼른 차를 몰아 집에 왔다.
오늘 2개를 캐러 또 밭에 갔다.
5키로를 달려서.
야콘이 팔뚝만하다. 내년에 야콘을 심어 볼까? 학교 밭에 4뿌리는 내 밭의 것보다 훨씬 못했다. 비닐을 걷어내자 먼지가 날릴만큼 땅이 메말라 있었고 내 밭은 마사토로 좀 촉촉하게 물기가 있었다. 250평 밭에 1년 썩힌 계분 4포대 뿌린 게 전부고
농약도 안 쳤는데 호박, 박, 야콘이 잘 되었다. 아무래도 농사로 이직을 해야 할까보다.
단호박과 노란 일반 호박이 섞인 청호박을 심었더니 모양새는 이런데
속은 이렇게 빨갛다. 호박죽 끓여야겠다. 호박 20여개를 다 뭐한담? 다 죽을 쑤워 먹을 수도 없고.
껍데기 까기가 좀 힘들다.
압력솥에 넣고 삶으면 푹 삶아 질텐데 호박, 박이 베란다를 다 차지해서 들어가 꺼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