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큰 언니도 이제는 살던 파주로 가야 하건만
큰언니는 아직도 고민에 빠져 있다. 무릎 수술을 하루 빨리 해야 하는데 밭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했더니 조카 녀석이 어이가 없어 한다.
"할머니와 사연이 있는 밭이라서 그래."
한약찌꺼기가 나오면 손수레에 끌고 와서 거름을 모아 밭에 펴 주고, 호박 덩굴을 올려 주고, 온갖 씨를 모았다가 조금조금 뿌려 놓고 가꾸고... 엄마에게 이 밭은 최근 몇년전 마지막 놀이터였다. 내가 약친 거, 비료 뿌린 거 싫어한다고 직접 여러 가지 야채를 심었고 더덕구이도 좋아한다고 더덕을 심었다. 또 목 많이 쓴다고 날 위해 도라지도 심어 씻어 그늘에 말렸다. 그 도라지를 은근하게 덖어 차로 만들었다.
엄마는 수확해서 다 먹을 수 없는 것은 보자기 하나 펼만큼의 자리를 잡고 앉아 쪽파나 애호박, 호박잎 등을 팔았다. 그리고 자랑하듯 만원짜리를 한 장 내게 건넸다. 난 엄마가 주는 걸 늘 받았다. 그게 엄마의 뿌듯함, 재미였으므로. 엄마는 거의 시간을 내어 운동하듯 밭에 가서 살았다.
우리가 부치지 않는다면 다른사람에게 넘어가는 그런 밭이라 언니는 엄마와의 추억을 붙잡고 싶어서 수술도 못하고 봄 밭을 일구고 있다.
엄마의 육신은 썩어 가지만 봄날 텃밭은 파란 생명을 올리고 있다. 난 부추를 더 잘게 나눠 심었고
엄마가 심었을 도라지도 캐내어 다시 줄을 맞추어 심었다.
작년에, 걸을 수도 없어서 언니 차를 타고 와서 씨를 뿌렸을 대파는 봄햇살 받으며 탱탱하게 잎을 부풀리고 있다.
한웅큼 뽑아와 살짝 데쳐서 오징어 말이를 하던가 아니면 오징어 넣고 파전을 부쳐야겠다.
푸르른 봄날이 몸속으로 들어와 건강한 에너지로 변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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