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집 앞 소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자주 들락거리는 현관 앞쪽에. 하기사 산골에 두 노부부와 이따금씩 들르는 집배원, 그리고 낯선 사람을 보면 갈 때까지 짖어대는 두 마리 개가 식구의 전부인데 별로 위험을 느끼지 못했나보다.
아저씨는 집주인이 성질이 고약하면 짐승들도 안 온다는데 새가 둥지를 트니 정말 산속 같다. 어미가 먹이 사냥을 나갔는지 보이지 않아 살짝 들추고 사진을 찍었는데 어미 돌아오기 전에 얼른 둥지에서 멀어져야겠다. 품었던 알이 식으면 곯지 않을까했더니 친구는 새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조만간 삐약거릴 새 가족이 기대가 된다.
성남 모란집에는 뒷집 옥상에서 새를 키워 모란 장날에 팔았다. 온갖 새 소리에 참새들까지 날아와서 옥상을 새똥이 너저분하게 해 놨는데 그 때 느끼던 새의 불편함이 삼교리에서는 전원속의 소리로 고요하게 들린다.
5월 20일
6마리가 알에서 깨어나왔는데 두 마리는 바람에 떨어져 죽었다.
5월 24일 새들은 둥지를 떠나고 둥지는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