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집으로 들어오는 길 (이정표)

햇살가득한 2017. 6. 14. 23:42

바닷가에서 놀다가 떠밀려 온 나무를 발견했다.

주로 발견하는 건 나다.

그리고 그걸 쓸모를 생각해서 가져가자고 남편을 조른다. 

남편은 대부분 투덜거리면서도 잘 들어 준다.

(그러다가 한 번 된통 심술을 부리면 몽땅 안 들어 주기도 한다.)  

일단 돕는척 톱질을 해 본다. 너무 커서 들고 갈 수가 없으므로

 


물론 먼저 톱질을 시작한 건 남편이다. 길이도 원하는 만큼 잘라줬다.

한 이미터 쯤?

했더니 짤막한 자기 키로 뿌리에 발을 올리고 나무에 누워 이 미터를 가늠한다. 

그래서 2미터 가늠한 곳에 톱질을 한 거다.



문제는 이렇게 저렇게 다리 밑 모래 위를 굴려 옮겼으나

다리 밑 돌담 위를 끌어 올리는 게 관건이다.

나무 뿌리 쪽으로 줄을 걸어서 트럭으로 끌어 올리자고 해 봤으나

이런, 줄이 짧다.


남자들은 참 이상하다. 바닷가에 놀러 온 남자들 보고 좀 도와 달래서 같이 들면 될텐데 싫단다. 아무래도 남자는 힘! 인데 약해 보여서 자존심 상하나? 어쨌든 둘이 똥줄 빠지게 밀고 끌고 해서 겨우


길가까지 끌고 왔는데 이런, 가드레일 땜시롱.

막판 힘 쥐어짜서 다시~ 으쌰!

트럭에 싣는데 성공.



이정표를 만들까 아니면 긴 의자를 만들까 하다가 이정표로 낙찰.

땅을 파는데 돌인지라 정으로 쪼기.


나무 모양대로 돌을 쪼아서 여차저차 맞췄는데, 잘 안맞는다.

남편 힘을 빡 쓰더니 번쩍 들어서 제자리에 맞춘다.

이 남자, 힘이 정말 세다.

꼭 며칠전 돌아가신 고모부가 생각난다. 키는 작은데 힘도 세고 강단이 있는.

세워놓고 뭔가 빠졌다고 허전해서 한참을 바라본다.

글씨를 새기기엔 지금처럼 세운 게 좋은데 아무리 둘러 봐도 위에 화분을 하나 얹던가 능소화를 올리려면 앞과 뒤를 돌려 세웠어야 했다.

그러자고 말 했다가는 엄청 삐질 것 같아 군소리도 못하고 자꾸 뒤로 돌아가서 봤다. 그러나 어쩌랴, 글씨 새기기는 그 쪽이 좋다고 한 게 나인데.

아쉽네.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늘 지나쳐 가거나 제 길로 들어와서도 좁고 산쪽으로 이어진 길 때문에 설마 집이 있을라고 하면서 되돌아 간다.

남들 헤매지 말라고 친절하게 이정표를 심어 놓긴 했지만 넘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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