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이 어머니 첫 기일이라 남매들이 오빠네 집에 모여 제사를 지내고 나는 설을 쇠지도 않고 강릉으로 내려왔다.
쇠고기, 돼지고기, 숙주, 두부, 표고버섯, 부추, 무, 김치와 양념을 넣고 반나절을 만두속을 만들었다. 몇개 쪄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엄마도 만두를 좋아해서 이따금씩 김치 만두를 만들어 먹었었다. 나는 삶은 만두를 건져 간장에 찍어 먹는 걸 좋아했는데 엄마 아플 때도 큰언니가 만들어서 같이 먹던 게 떠오른다. 엄마와 연관된 일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는데 내가 죽을 때까지 엄마가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기 간 것으로 표고버섯, 두부 등을 넣고 동그랑땡도 만들었다. 고기를 잘 안먹어서 하나씩 구워 먹으면 되겠다.
어제가 설날.
교수님이 혼자 설을 보낼까 싶어 전화를 드렸더니 손님이 와 있댄다. 만두속이 모자랄 듯하여 몇가지를 더 늘려서 빚어 저녁때 찾아 갔다.
새해가 되면 스승님께 세배를 갈텐데 난 그게 멋적어서 만두를 빚은 것이다.
또 늘 책을 읽는 분이기에 책갈피도 만들어서. 내용물보다 포장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교수님은 포장에 더 관심을 두셨다.
티비를 보다가 늦은 시간에 나섰는데 분리 수거를 핑계로 아파트 밖까지 따라 나서셨다. 맨발로 슬리퍼를 끌고. 들어 가시라 했더니 고맙다고 하셨다. 내차가 출발할 때도 뒤에 서 계셨다. 만두를 만들어 간 내게 교수님은 고맙다고 하셨지만 20여년 전 등록금과 생활비를 해결해야 했던 고학생인 내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 그런 은혜를 만두에 비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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