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볶고

비 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

햇살가득한 2018. 4. 5. 22:43

요즘 텃밭에 나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가위 하나 들고 부추밭으로 갑니다. 첫물 부추는 사위도 안준다나 뭐라나,

하여튼 영양가 좋은 부추를 싹뚝 베어 담고

어미 하나에 20여개나 새끼친 쪽파도 한웅쿰 뽑아 담고

달래도 몇 뿌리 캡니다. 


키우고 싶은 몇 가지 꽃들 중에 작약이 있지요.

마당 정리를 하느라 임시 밭으로 옮겨 뒀는데 미처 정리도 못한 상태에서 녀석들이 먼저 튀어 나왔습니다.

그래서 옮기지 못하고 가을까지 이 자리에서 꽃을 봐야 할까 봅니다. 꽃대로 봐서는 두 종류인데 표시를 안 해 둬서 꽃 본 뒤 해야겠네요.


올 처음 심어 본 알리움이라는 주먹보다 큰 꽃송이를 기대하며 들여다 보았더니

꽃대를 물었습니다. 비가 오고 나면 깃대가 쭉 올라 오겠지요.


부추와 쪽파를 썰어 넣고 도토리 가루에 밀가루를 조금 넣어 부침개를 부칩니다. 

색깔이 꺼먼 것이 먹음직스럽지는 않죠? 

기름을 넉넉히 둘렀더니 바삭바삭합니다. 

전에 먹다 남은 막걸리 몇 잔 마저 비워야겠습니다.    


쪽파 몇 뿌리 더 뽑았습니다. 화학 비료를 안 한 거라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색도 연하고  굵기 또한 더 가늘지만 그래도 난 이런 파가 더 좋습니다.


쪽파김치 담았습니다. 내일 아침 숨이 죽으면 한 번 더 뒤집어 줘야겠습니다.


봄에 올라오는 것들은 질긴 생명력이 있는 듯해요.

지난 겨울 20도씩 내려가는 추위를 견뎌내고 올라온 것들이라 대견하지요.

몇년을 화분에 심은 채로 겨울울 나던 다알리아도 얼어 죽고, 칸나, 글라디 올러스... 구근들이 모두 얼어 죽었는데 푸릇한 새순을 올려주는 나물들은 어찌나 고마운 존재인지요. 

나 살아 있어요. 하듯 뾰족히 올라오는 어린 생명이 비를 쪽쪽 빨아 먹는 듯하여 막걸리에 파전이 즐겁기만 한 저녁입니다.

두릅, 개두릅 등도 줄줄이 나올테지요. 

초여름에 먹을 수 있는 자두는 하얀 꽃을 환하게 피웠습니다. 

꽃 필때 농약을 한 번 줘야 벌레를 막을 수 있다는데 올해도 그냥 통과입니다. 

벌레 먹어 떨어지고, 잘 익은 건 새가 따 먹고 그래도 한 양동이 정도는 먹을 수 있겠더라구요. 

튀어나오는 놈들 살펴 보느라 외출하기 싫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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