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태어났대서 5월이.
아직 돌이 되지도 않았는데 2주전쯤에는 바싹 말라가는 것이 자꾸 늘어져 잠을 잔다.
몸은 날렵해서 비탈진 산을 가뿐히 뛰어오른다. 하도 나돌아 다녀서 살이 빠졌나보다 했다.
그리고 녀석의 젖이 자꾸 커지며 젖꼭지 또한 돌출된다. 배도 점점 더 불러간다.
아, 새끼를 가졌구나.
낌새를 채지도 못했다.
같은 배에서 나온 민주 녀석의 짓이구나!
이미 4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새끼를 배는 것이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어쩔꺼나.
나는 다른 녀석들 몰래 오월이를 불러서 내 몫인 우유를 먹이고
한 놈 씩 차례로 나눠주는 어묵을 큰 걸로 주었다.
밥은 어쩔 수가 없어 북어를 푹 고아 국물에 우유를 섞어 밥을 말아 주었다.
네 녀석이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오월이 덕에 다른 녀석들도 호강한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꼬물꼬물 또 귀여울 것이다.
우리집은 정말 개들의 천국이다.
오목한 골짜기에 목줄도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산을 타기도 하고 짐승을 몰아 오기도 하는데 이제는 짐승이 집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나와 산책을 나가면 먼저 가다가 앉아 기다리고 있다 가곤 한다.
진도개는 영리하다. 밭 일궈 놓은데는 땅이 포슬하니 그 위에 올라가길래 새싹을 가리키며 올라가지 말라고 하니까 새싹 나온데는 안 올라 간다.
밭고랑과 고랑 사이에 누워 잠을 잔다. 임산부라 힘든가보다.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오월이의 젖을 보며 5월 초쯤 새끼를 낳으려나.
남매였던 두 녀석이 부부사이로 변했다. 손이 없는 개들은 서로 가려운 걸 긁어 주는지 이빨로 집적집적 물어준다.
짐승의 성역할은 인간보다 더 뚜렷하겠지. 오월이는 나름 아양을 떠는데
수컷인 민주는 그저 데면데면하며 거리를 둔다. 그러나 내가 차를 타고 나서면 먼저 앞장서서 흘낏거리며 뒤돌아 보며 리드하듯 안내한다.
오월이는 옆으로 다가가면 배를 드러내며 복종하고 먹을 것을 위해서는 현관까지도 들어온다.
민주는 잡아 끌어도 안 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