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들고 슬슬 밭을 어슬렁거립니다.
여름, 아니 가을까지 열심히 김을 맸다고 했는데도
씨가 날라와 냉이가 자리잡고 살고 있네요.
아직 땅이 얼지 않아 호미질을 몇 번 하고 쑥 잡아 당기면
팔등신 모델같이 긴 뿌리를 가진 냉이가 뽑혀 나옵니다.
길이가 무려 25cm
더 굵은 걸 캤으면 더 30cm는 족히 됐겠죠.
허리를 굽혀 한끼 분량만 딱 캐고 들어옵니다.
지하수 물을 틀어 수돗가에서 두어 번 씻어요.
실실 콧노래가 나옵니다.
그깟 냉이가 뭐 별거라고.
사람들은 얘기하죠.
삼천원어치 사다 먹고 말지.
그런 소리 마세요.
비닐하우스에서 따뜻하게 자란 냉이는
초록색으로 뿌리도 가늘고 잔뿌리만 많고
무엇보다도 향이 안나요.
추위에 몸을 납작하게 땅에 붙이고
바람에 이파리를 말고
빗물을 빨아 먹으며 자란 겨울철 냉이는
이파리도 작고 붉은 색에,
강인한 생명을 뿌리에 하얗게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데쳐 놓은 냉이는 초록색을 띄지요.
뒤곁에서 겨울 땔감하느라 장작패는 소리를 들으며
들깨가루와 들기름, 초고추장에 버무려
냉이무침 점심상을 냅니다.
'일상 > 볶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세마리님의 참깨를 볶으며 (0) | 2022.01.01 |
---|---|
분이 나는 곶감 (0) | 2021.12.13 |
봄날의 밥상 (0) | 2021.03.30 |
알타리무 농사와 김치 (0) | 2020.10.02 |
고추튀김 (0) | 2019.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