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아보카도

햇살가득한 2022. 2. 25. 18:33

농협 마트에 갔더니 아보카도를 팔고 있었다. 

바다를 건너 멀리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아보카도는 초록색 갑옷에 여드름처럼 오돌도돌 돌기가 나 있었다. 

텃밭에서 대부분 자급자족을 하고 제철 음식을 주로 먹긴 하지만 

식물성 지방이 많다고 하니 이걸 좀 사봐야겠다. 

4개들이 한 팩을 계산 하는데 콩나물을 사던 할머니가 얼마냐고 물으신다.

사과보다도, 저온저장고에 들어 있었던 단감보다도 비싼 아보카도.

"할머니, 잡숴 보셨어요?"

했더니 그렇다고 하신다. 

주름살로 보아 아흔이 좀 못되신듯 했다.

눈도 백내장인지 까매야 할 눈동자가 온통 하얘서 까만 점만 남아 있었다.  

가져온 가방을 열어 콩나물을 담는 손도 굼뜨기만 하다. 

"하나 드릴까요?"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나는 계산대 앞에서 봉지를 찢어 제일 큰 걸로 할머니를 드렸다. 

할머니는 어쩌면 아보카도를 안 드셔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쪼글쪼글한 주름살에 하얀 눈동자의 할머니 얼굴에 우리 엄마 얼굴이 겹친다. 

새로운 것에 온갖 호기심이 있어서 그걸 꼭 해 보고야 마는 우리 엄마.  

스파케티를 사 드렸더니 '빨간 안 매운 국수'를 딸이 사줘서 먹었다고 자랑했다는 엄마는 

아보카도를 처음 발견했다면  

"꼭 두꺼비 같이 생겼다야. 껍데기는 왜 이리도 딱딱하냐? 칼이 안 들어 가네. 맛이 꼭 썩은 우유같네."

하면서 하나를 마저 다 못 잡숫고 왕방울만한 씨앗에 꽂혀 화분 구석에 묻어 줬을 것만 같다.

할머니는 버터같은 아보카도를 잘 잡술까? 

 

 

'일상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릉엔 눈  (0) 2021.12.25
겨울철 땔감 준비  (0) 2021.12.12
햇살가득한 날  (0) 2021.08.29
정원 돌 쌓기  (0) 2021.08.27
버섯 종균 넣기  (0)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