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마트에 갔더니 아보카도를 팔고 있었다.
바다를 건너 멀리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아보카도는 초록색 갑옷에 여드름처럼 오돌도돌 돌기가 나 있었다.
텃밭에서 대부분 자급자족을 하고 제철 음식을 주로 먹긴 하지만
식물성 지방이 많다고 하니 이걸 좀 사봐야겠다.
4개들이 한 팩을 계산 하는데 콩나물을 사던 할머니가 얼마냐고 물으신다.
사과보다도, 저온저장고에 들어 있었던 단감보다도 비싼 아보카도.
"할머니, 잡숴 보셨어요?"
했더니 그렇다고 하신다.
주름살로 보아 아흔이 좀 못되신듯 했다.
눈도 백내장인지 까매야 할 눈동자가 온통 하얘서 까만 점만 남아 있었다.
가져온 가방을 열어 콩나물을 담는 손도 굼뜨기만 하다.
"하나 드릴까요?"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나는 계산대 앞에서 봉지를 찢어 제일 큰 걸로 할머니를 드렸다.
할머니는 어쩌면 아보카도를 안 드셔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쪼글쪼글한 주름살에 하얀 눈동자의 할머니 얼굴에 우리 엄마 얼굴이 겹친다.
새로운 것에 온갖 호기심이 있어서 그걸 꼭 해 보고야 마는 우리 엄마.
스파케티를 사 드렸더니 '빨간 안 매운 국수'를 딸이 사줘서 먹었다고 자랑했다는 엄마는
아보카도를 처음 발견했다면
"꼭 두꺼비 같이 생겼다야. 껍데기는 왜 이리도 딱딱하냐? 칼이 안 들어 가네. 맛이 꼭 썩은 우유같네."
하면서 하나를 마저 다 못 잡숫고 왕방울만한 씨앗에 꽂혀 화분 구석에 묻어 줬을 것만 같다.
할머니는 버터같은 아보카도를 잘 잡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