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찰칵

야래향

햇살가득한 2006. 9. 17. 19:44

 

장마가 끝나고 바늘같은 햇볕이 쬐일때 쯤이던가,

화장수를 쏟아놓은 듯 진하게 나는 향기

화장대 주변을 킁킁거려도 화장품 뚜껑은 다소곳이 닫혀 있으니

열어둔 창문을 넘어 향기가 들어 오는가보다. 

아파트 주변을 감싸는 진한 향기가 어디에서 나는 지 몹시 궁금하였다.

차 문을 닫으며 보니 화단에 취나물이 꽃을 하얗게 피우고 있었다.

이곳에도 코를 대 봤지만 향기는 거의 나지 않았다. 

다만 취나물 옆에는 아래처럼 새초롬히 입을 다문 길쭉한 꽃봉오리가 있을 뿐.

 

 

 

어느날엔가, 늦은 귀가로 밤에 차에서 내렸는데 온 동네를 휘감싸는 진한

향기에

집으로 곧바로 올라가지 않고 하나하나 꽃 냄새를 맡아 봤다.

봉숭아꽃, 도라지꽃, 상추꽃...

늘 대하던 꽃이라 이것들의 향기는 아니고,

취나물 옆 아래의 꽃에 코를 댔더니

햐!!

이 향기였다.

 

 

그 때까지도 몰랐다.

이 꽃이 밤에는 이렇게 활짝 펴서 그 진한 향기를 내 뿜다가도 낮이 되면 시침떼며 입을 꼭 다물어

조금도 향기를 흘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파리 모양마저도 시침떼기처럼 보이는 건 꽃의 변화에 너무 놀란 탓일까?

그나저나 밤에 펴서 향기를 내 뿜는다면 필시 이유가 있을 터.

이 꽃도 곤충을 불러들여 수분을 맺어야 종족을 보존할텐데.

밤에 불러들일 곤충들이 뭐가 있을까?

반딧불이, 모기, 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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