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 |
번호 : 209 글쓴이 : 김삿갓 |
조회 : 91 스크랩 : 0 날짜 : 2003.12.18 16:05 |
지난주에는 파주에 사는 언니네 집에 갔었다. 이천으로 오면서 엄마가 심은 총각무로 김치를 담갔다길래 냄새 때문에 싸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엄마가 심은"이라는데 마음이 동하여 좀 싸달라고 하였다. 비료를 많이 줘서 물컹 씹히는 총각김치와는 달리 딱딱하고 작을 거란 생각에 와작와작 씹히는 그 맛을 생각하며 좀 냄새나고 번거로운 것을 참자고 생각했다. 조금만 싸라고 작은 그릇을 내밀었더니 언니는 그릇보다 더 넘치게 비닐봉지에 그것을 넣어 그릇에 넣었다. 물론 뚜껑이 맞물려지지 않고 모자마냥 올라 앉아 있는 꼴이었다. 다섯 겹이나 싸서 국물은 흐르지 않을 듯 해서 가방에 넣었다. 허나, 김치의 자기 존재 방식은 대단한 것이었다. 버스를 탔는데 바로 옆자리에 사람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지만 전철을 탔을 때 옆의 여자는 눈에 띄게 얼굴을 찡그렸다. "지는 김치도 안 먹고 사나" 하는 맘도 있었지만 전철 안으로 진동하는 김치 냄새에 등을 기대지도 못하고 앉았는데 왜 이리도 차는 천천히 가는 것인지. 결국은 참지 못하고 몇 정거장을 남겨 두고 문 옆으로 가서 섰다. 시외 버스를 탈 때는 내 꼭 밑에 짐칸에 넣고 타리라 그런데 이천으로 출발하는 버스는 순서대로 타는 지라 순간 움직였다간 내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에라, 다시 들고 버스를 타서 의자 위 짐 칸에 두었다. 김치 냄새는 내 옆에서 나지 않고 위에서 흘러흘러 다니리라. 내 다시는 김치를 갖고 다니나 봐라. 집에 돌아와 가방을 열어 보니 김치를 담은 비닐봉지가 가스가 차서 터지지 일보 직전이다. 뻥 소리가 날 거 같아 포크로 조심스레 찔렀더니 녀석 그 냄새의 위력에 비해 피식 가스를 뽑아낸다. 손가락만한 작고 딱딱한 총각 김치를 와작와작 씹으며 역시 음식은 집에서 한게 최고야를 외치는 걸 보면 김치 떨어지면 또 갈등을 할 거 같다. 김치를 갖다 먹을까 사 먹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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