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야래향

햇살가득한 2007. 4. 2. 21:14


놈이 책꽂이 뒤에서 그런 이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줄은 몰랐슴다.

물을 좋아하는 놈은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흠뻑 물을 빨아 먹고는 그 물을 키로

다 올렸슴다.

작년 가을 대둔산 번개에서 하늘연못님이 주신 야래향은

책상 위에서 자라면서 내가 하는 것을 죄다 지켜 보고 있던 놈입니다.

녀석은 집안에서 자라 멀쑥하게 키가 커가더니 책꽂이와 창문 사이로 점점 뻗어 나갔슴다.

어디선가 향이 난다 싶어 코를 킁킁거려보니 요놈이 책꽂이 뒤에서 향을 피우고 있지 않갔습네까.

밤에만 피는 야래향.

컴을 켜고 스탠드를 켰는데 핀 걸 보니 불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햇빛과 상관이 있나봅니다.

어쩜 처음 피어나는 놈이라 생체리듬을 못 타는 지도 모르겠고

하여튼 녀석은 내가 컴퓨터에서 멀어져 거실을 어둠으로 몰아 넣고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잘 때

향내를 피우며 제 세상을 만끽하겠죠.

네 개만 피었는데도 향이 은은하게 납니다.

으흐흐

자다가 한 번 불을 확 켜 봐야겠슴다.

놈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아무래도 다 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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