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아니지. 여잔데. 나이 마흔에 등단하고...
박?
박?
...
박완서.
그래. 박완서!
글쓰는 첫머리부터 막힌다.
박완서님은 며느리를 고를 때 우산을 열 번쯤은 잃어버린 사람을 고르겠다고 했다.
자로 잰 듯 너무 꼼꼼한 것 보다는 좀 여유있는 사람을 고르겠다는 생각이었을텐데,
최근 내가 하는 일을 곰곰히 살펴보면 며느리 열두 번도 더 하게 생겼다.
아니, 어쩜 건망증이랑 좀 헐렁한 거랑은 차원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며칠전
엄마가 친구집에 다녀오셨는데 엄마 가방에서 친구네 리모콘이 나왔다.
"얘, 이게 왜 내 가방에 들어있재?"
리모콘을 냉장고에 넣었다는 아줌마,
심지어는 밥솥에 넣었다는 아줌마도 생기는데
엄마는 친구네 집에서 가방에서 뭘 찾다가 들어 있는 거를 죄다 꺼내 놓고 담다가 리모콘도 덩달아 집어 넣고 오신거였다.
이제 곧 팔순이 되는 어머니는 그렇다고 치자.
난 그 반을 살았는데도
외출할 때 현관문을 잠그고 출발하기까지는 10여분이 족히 걸리는 듯 하다.
뭘 안가져와서 열쇠를 열고 다시 들어가 확인해 보면 없어서
다시 차 안을 찾아보고
그래도 없으면 다시 집에 들어가 찾아보고
어떤 때는 손에 가방을 든 채로 뭘 놓고 와서 문 열고 가지러 들어 갔다가
잊고 온 걸 가지고 현관문을 잠그고 차에 올랐는데
이번엔 가지러 갈 때 들고 있던 가방을 놓고 나오질 않나.
어제도 먼저 직장에 송별회가 있어 갔다가
교실에서 프린트를 하고는 usb 카드를 놓고 왔다.
다시 그 학교에 갈 일도 없는데... 그것도 먼 거리를
그걸 놓고 온 줄도 몰랐다.
오늘은 새 직장으로 가서 프린트를 하려고 열쇠꾸러미를 뒤져보니 usb 카드가 안 매달려 있는 걸 보고 알았다.
거기에 환경정리 할 것 다 담아 뒀는데...
오늘 가서 다시 다운 받고 수정하고...
나이 50이면 좀 덜 억울하겠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이거 너무 때가 빨리 찾아 온 건 아닌지...
뇌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아직까지 우산을 잃어버리고 산 사람이 아니었는데...
40대분들, 증상 좀 알려 주세요.
제가 좀 심한 건가요?
아님, 님들도 그러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