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고기를 먹고 싶다는 건지 불장난을 하고 싶다는 건지

햇살가득한 2008. 8. 26. 21:51

무위도식이라는 말이 이런걸까?

오늘 암것두 안했다.

그래도 조금 찾아 본다면

오븐토스터기 드라이버로 열고 선 연결을 다시해서 A/S센타에 안 가도 된다는 것.

전기라면 질색이지만 그래도 실과시간에 애들이랑 콘센트 연결해 본 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김장 배추 20포기 심은 것.

담장 너머 할머니네는 7월에 감자를 캐내고 한 달여 밭을 놀리더니

오늘 김장 배추를 심으셨다.

다른때 같았으면 따라 들어가 심어 드렸을 텐데

시퍼런 하늘에 쏟아지는 햇살이 장난이 아니라서 

대신 바다님네서 가져온 배를 하나 깎아서 한 접시 내 갔다.

배가 어찌나 큰지 하나를 4명이서 먹고도 몇 개 남은 걸 서로 먹으라고 할 정도였다. 

책보다가

배고프면 먹고

토스터기에 배를 구우며 배의 변신이 어떨까 궁리하다가

졸리면 자고

다시 일어나 소나무, 전나무 자라는 거 살펴 보다가

삽으로 호박, 박 덩굴 들춰가며 몇개나 열렸나 세어 보기도 하고.

한 줄 쪽파도 심고

이제는 끝물이라 고추 심은 거 뽑아내고

그 자리에 김장 배추 심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담장너머 할머니네가 주신 배추 모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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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대가 되는 호박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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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그늘에 넓적한 돌멩이를 끌고 와

고구마 순을 따서 껍데기를 벗긴다. 

더디고 손질 많이 가는 이런 푸성귀를 혼자 먹겠다고 다듬는 게 별로 흥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또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배가 많으니 갈비찜을 해 먹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맞다. 점심을 대충 먹다남은 건빵이니 배로 채우고 났더니 이런 저런 먹을 게 떠오른다.

갈비 1인분, 쇠고기 1인분을 사 와서는 

숯불을 피는데

내가 불을 피우는 건지 연기가 나를 길들이는 건지 모르겠다.

볼에 잔뜩 공기를 모아 불어 줘도 그 때뿐. 불이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

토치라는 게 있었다.

공구에 항상 예의(?)를 갖추는지라 이번에도 뭔 자잘한 사고가 날까 걱정을 하면서도

가스를 끼우고 불을 붙여 봤다.

전진하는 불이랑 뒤로 빠지는 불도 있다.

겁나서 집어치우고 공기를 불어 넣었는데 화력은 미미하다. 

엉덩이를 치뻗치며 30분도 더 그러고 있었다.

불이 피면 고구마나 구워먹지 뭐 하면서 후퇴를 하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후라이팬에 고기를 올려놓았는데

치~ 하며 빨리도 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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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났는데 결국엔 도자기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그냥 있었어요."

내 편할 때 아무때나 가서 흙을 만지는데 기척이 없으니 궁금하셨었나보다.

난 역시 무위도식할 팔자는 못되나 보다.

늘 꼼지락거려야  살아 있는 것 같으니. 이건 뭔 팔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