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단 계획대로 떠나는 나길도.
하지만 원래 걷는 게 목적이라 잠 자는 것에는 비에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못하고 있었으니.
산꼭대기에서 내린 결론.
숙박을 하자.
미처 오픈하지 않은 펜션을 독채로 싸게 얻어 짐을 풀었다.
비가 부슬부슬 가늘어지더니 이런 그치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남향으로 무지개까지 떴으니, 비가 더 이상 안 온다는 징조.
일부 야영에 목숨(?)걸고 온 이들은 잠시 아쉬워했지만 그들은 결국 펜션 마당에 텐트를 펼쳤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중학교때인가 외워뒀던 시 한 박목월(?)의 시 한수를 읊조리며
구름에 마냥 흘러가는 덩그런 보름달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더러는 고기에 술잔을 기울이며 왁자하게 웃고
비주류파는 웨딩촬영에 들어갔다.
다소곳하게 앉은 신부 뱅기.
빨간 장미꽃도 한다발 들고
이 뭐라 하더라 야외복 촬영인지 하여튼 파티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데
들러리 나온 이 여인.
신부보다 좀 덜 이뻐야 예의아녀요?
좋은 길을 걷든 아름다운 길을 걷든
결론은 행복하기 위한 것.
웨딩 촬영에 안 쓰던 복근 근육을 맘껏 쓰고
좋은 길 소개 해 줬다며 한 마디씩 건네는 그 소리에
또 한 번 더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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