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문경새재 걷기

햇살가득한 2009. 3. 16. 22:49

봄은 탈출인가보다.

늦으막히 다가오는 햇살이 싫어

뒹글거리는 휴일이 싫어 새벽공기를 가르고 터미널로 달렸다.

아침잠이 많은 나.

"여행도 부지런해야 하겠어요. 휴일에 일어 나기가 싫으니..."

묻지도 않는 택시기사님께 잠꼬대처럼 중얼거린다.

"추우니까 점방에서 기다리세요."

바코가 문자를 보내왔다.

점방이라...

수안보에 내려 2천원짜리 잔치 국수집엘 들렀다. 

이른 국수집 연탄 난로에는 뚜껑을 들썩이며 육수가 끓고

쥔 양반은 아마도 코를 들썩이며 잠에 떨어졌을 터였다.  

 

탈출을 시도한 5명이 10시를 좀 넘겨 도착했다. 

1관문 2관문... 나는 잘 모르겠고 그냥 바코님만 따라 가면 될터이고.

산소에 음식준비차 마련한 석상위에 가스불을 켜고 주목님 베이컨을 굽는다. 

걸찬 안주에 캬~캬~ 쏘주를 들이켰더니 어, 이거 말이 많아진다.  

 

 

 

                                         절의 이력을 알리는 안내판이다.

                                         햇빛에 항복한 페인트는 글씨가 무늬고 무늬가 글씨다.  

 

 

 

소나무를 보며 농부의 터진 뒷굼치가 생각났다.

세월의 더께를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소나무 껍질.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토종닭을 잡던 주인은 고향을 떠나고픈 마음을 나무에 칼질을 하며 버텨냈을까?

캡틴을 가슴속에 감추면서... 

 

 

과거를 보러 가는 길이 아니고

금의환향 길이니 어사화를 꽂은 6명의 객들을 장승이 반겨준다.

 

 

 

나도 늙으면 이 장승처럼 웃는 할미가 됐으면 좋겠다.  

 

 

 

산성은 하나하나를 차곡차곡쌓고

서로 들어 맞아가고 서로 잡아준다. 

그 위에 세월이 끼인다.  

 

 

 

 유쾌한 수다가 이어지고....

 

 

모여 흘러가는 물이 반가운 요즘이다.  

 

 

주모~~~옥.

주모를 부르다 목이 메어 옥하고 부른 게 주목님의 닉네임이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설이 있지만

남자라면 걸지게 주모를 외쳐 봄직도 하다.

널부러진 바코님한테 치마꼬리를 틀어 여민 주모가

시원한 물 한 바가지라고 떠 내왔으면... 

 

 

 

 

                                           버들개지가 껍데기를 벗고 노랑, 빨강 화분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조각보 잇기한 듯 산성의 쪽 고른 돌멩이 무늬는 인공미를 느끼게 해 준다. 

 

 

 

맥주를 마시며 낙조를 보기에 좋다는 고모산성에서 내려와

버너를 들고 개울가 고운 모래밭으로 내려왔다.

난 왜 자꾸 야생이 좋은 걸까.

 

 

 

맑은 물도 동이 나고 안주도 동이 나고

이제 올라가야지. 출발해야지 하면서도

주목님 불을 피운다. 오줌쌀겨.

그래도 난 불장난이 좋다. 

 

 

가야죠?

가야죠.

근데 자꾸 나무 꺾는 소리가 들린다.

내일이 일요일이었으면...

 

 

한 차에 6명이 낑겨 타고 다음 탈출을 계획하며

7진법으로 짜 놓은 궤도 속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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