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저차해서 열을 잔뜩 받았다.
물론 윗분 때문이지.
일을 애초에 꼬이게 만든 건 윗분 때문이었는데 정작 일처리 하는 담당자(나)가 뒤집어 쓴 꼴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직원 모두들 의아해 하는데
모 선생 나보고 추석 때 인사를 안 했냐고 했다.
아~~ 드러워라.
선물이란 받을 사람에 대한 고마움에 보내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야 하거늘.
이건 찍히지 않기 위해 그것도 선물을 받고는 싼거 보냈다고 매장 직원 앞에서 셔츠를 찢어 버렸다는 윗분에게
뭘 보낼지 고민에 고민을 더하여 결국은 상품권을 보냈는데.
결국 고마움에 정성으로 보낸 게 아니라 나 좀 찍지 말아 주쇼하면서 보낸 뇌물이 된 셈이었다.
에라~~~ 그런데 이건 찍힌 행동? 나도 몰러.
열받는 걸 누구와 식힐까?
여자의 열은 수다가 식혀주는데. 김씨, 이씨, 박씨, 디씨? 하여튼 다 떠올려 봤다.
뭐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집에나 가야지.
퇴근무렵 은마래 언니가 보내준 표고버섯이 도착했다.
어제 밥에 썰어 넣어 표고밥 지어 먹으면 맛있다고 선전을 해 놔서 여기 저기 나눠 주고
그 표고밥이나 해 먹으려고 집으로 왔다.
크고 쩍쩍 갈라진 표고는 싱싱하고 참 먹음직스러웠다.
잘생긴 놈들한테 붙은 티를 골라내고 대를 따로 떼어 냉동실에 넣어 놓고 몇 개는 납작하게 썬다.
썬 표고를 멸치액젓에 살짝 뿌려 놓고
당근은 기름에 볶아 주면 카로틴의 흡수를 높인다기에 그것도 마늘과 넣어 볶고
옥상으로 올라가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부추를 몇가지 잘라 왔다.
왜? 흰색, 주황, 검은색에 초록도 넣어 주면 맛나 보이잖아.
들기름? 후라이팬에 찔끔 따랐는데 거품이 안 나는 거 보니 참기름이다.
하여튼 그걸 넣고 좀 볶았다.
<바탕색이 빨개서 맘에 안 들지만 음식 색깔이 좋은 관계로 이 사진을 올리고, 참깨를 뿌릴 걸 그랬군.>
<아래 사진은 흰 바탕이라 음식이 살지 않는다. 귀공자같은 버섯도 올려 꾸며주고>
양념한 고추장 반 숟갈 넣고 쓱쓱 비빈다.
열받는 거,
이렇게 푸는 수 밖에.
근데 왜 열받는 걸 늘 혼자 풀어야 하는지,
왜 맛난 걸 해도 먹어줄 사람이 없는지...
어~~~ 또 열받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