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볶고

아이들과 화전 만들기

햇살가득한 2012. 4. 20. 22:36

얘들아, 학교는 즐거운 곳이란다.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엉덩이 붙이고 40분동안 5시간 수업을 듣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니?

거기다가 수업 짬짬이 잔소리도 들어가면서 말야.

그래서 창의 체험 시간에는 너희들을 노작 활동으로 이끌려고 해. 

머리 쓰는 것만 공부니? 

양보, 배려 이런 걸 말로 배우는 것만 도덕 수업은 아니란다.

사회가 어울려서 살아간다는 것, 마을의 지도를 그리는 것 그런것만이 사회 수업이 아니란다.   

모둠원끼리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는 가운데 도덕 수업도 되고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글 쓰는 국어 수업도 되는 거지. 

지난주 책을 4권 읽어 오라더니 책을 아주 울궈 먹는다고? 

그럴만도 할거야. 책 읽고 부모님들 보는 앞에서 독서 퀴즈를 내질 않나, 

책 내용에 있는 삼월 삼짇날 화전 해 먹는 내용을 보고 우리도 화전을 하자고 하질 않나. 

쌀은 우리반 어머니가 준비하기로 했단다. 너희들 들고 오기 힘들다고 가스 버너, 접시, 후라이팬도 들고 오신대. 진달래 꽃과 쑥도 따 달라고 부탁드렸어. 그럼 난 뭐하냐구? 난 오늘 아침에 집 주변에 눈여겨 봐둔 제비꽃을 땄단다. 며칠전에는 탐스럽더니 지려고 말라가길래 학교에 일찍 와서 야외학습장에서 더 땄단다. 보랏빛 예쁜 제비꽃이지. 

난 사실 너희들이 걱정이 좀 되긴 했어. 불을 쓰는 거라 안전사고가 걱정 됐거든. 이제 병아리 학년을 벗어난 너희들이 언제 불을 켜서 요리를 해 봤겠니.  

역시 어머니 두 분에게 부탁드린게 잘 한 일인 것 같아. 안 그랬으면 우리반 아이들 많이 데었을지도 몰라. ㅊㅎ이 데었다길래 보통때는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복도를 달려가서 찬물에 손을 담그라고 했지. 그런데 최현은 어느새 돌아와서 자기 거 화전을 부치고 있더라. 결국엔 얼음물에 손을 담갔다가 보건실로 갔었지만 말야. 

너희들은 진달래, 제비꽃, 쑥을 두 개씩 얹어 화전을 만들었지. 

왁자지껄을 넘어서서 너희들은 정말 흥분한 상태였단다. 너희손에서 조물조물 동그랗고 납작하게 만든 하얀 쌀 위에 꽃을 올리고 그걸 뒤집개로 뒤집는 모습은 정말 진지했었거든. ㅈㅁ이는 떨어져 먼지가 잔뜩 묻은 쌀 반죽을 먼지를 불었다고 쓰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쌀 반죽에 붙은 먼지가 분다고 떨어지겠니? 그만큼 너희들은 화전 만들기에 열심이었던거지. 또 너희 손으로 만든 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다는 게 신기해서였을 거야.

내년에 또 화전을 만든다면 장갑과 토시를 끼도록 해야겠어. 불에 데일까봐 내가 더 조마조마 했었단다. 

 

 

 

 

 

 

 

 

 

얘들아, 예쁘게 만든 거 하나씩만 줘.

딴 반 선생님들한테 우리반 아이들이 만들었다고 자랑하려고.

 

 

 

 

얘들아, 다음 창의체험시간에는 뭘 체험할까? 

'일상 > 볶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회 후기  (0) 2012.07.15
화전 만들기  (0) 2012.04.22
멍게 제비꽃 비빔밥  (0) 2012.04.15
봄 처녀? 아니, 할머니  (0) 2012.02.25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  (0) 201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