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여행이라도 며칠 다녀오고 싶었는데 몸살이 나는 바람에 방에서만 있자니
봄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울 엄마도 겨우내 방에서만 종종거리더니 친구분들과 냉이를 캐러 가자고 몇분을 불러 모았다.
잘 됐구나. 나도 덩달아 냉이나 캐러 가야겠다.
내 차에 네 분을 태우고는 출발하면서
"한 자루씩 캐면 다시 모시러 올테고 아니면 버스 타고 오셔야 해요."
했더니 모두들 깔깔깔 웃으신다.
팔순이 진작에 넘은 우리 엄마는
바지런하여 잠시도 몸을 그냥 두지 않는데 나도 엄마를 닮았는지 늘어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냉이는 언 땅을 비집고 빨갛게 올라 왔다.
허리를 굽혀 보니 꽃다지도 꽃망울을 달고 곧 노랗게 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배밭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던 말.
남의 밭에서 어슬렁거리면서도 도라지밭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한 끼 먹을 분량을 캤을까?
이제 다른데로 가자며 차에 탔는데
정작 내 꿍꿍이는 딴 데 있었다.
"연탄불에 갈비 구워주는 집 있거든요. 점심 다 잡쉈다니까 좀 적게 시켜서 같이 드시자구요. 나중에 우리 엄마도 맛있는 것 사주세요."
세 아주머니는 냉이 캐러 가는데 자가용 타고 갈비까지 먹으러 간다며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하셨다.
갈비집을 나와서 전원마을에 있는 작은 언니네 집에 들러 과일도 까먹고
일부러 곧은길이 아닌 구불구불한 옛길로 차를 몰았다.
애초에 한 자루 캘 심산도 아니었고
소일거리 없는 할머니들 봄바람이나 쐬자고 나선 길.
한 끼 정도 무쳐 먹을 냉이를 캐서 집으로 향한다.
냉이는 캐는 것 보다 다듬는 게 손이 더 많이 가서
한 할머니는 집으로 가고 세 할머니 집안에 들여가면 흙만 떨어진다며
박스 하나 깔고 앉아 냉이를 다듬는다.
경칩이 채 열흘이 남지 않았는데 개구리 입이 떨어지듯
냉이 무쳐 먹고 추운 겨울일랑 이제 뒤로 뒀으면 좋겠다.
매실액에 고추장으로 무친 냉이
쓱쓱 비벼 볼까?
음식은 색깔이라며 얼려 둔 제비꽃도 올리고 비벼볼 참인데
아, 안타 까운 것.
들기름 한 숟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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