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기/텃밭

2013 주말농장을 시작하다

햇살가득한 2013. 3. 24. 22:19

차로 1시간, 45키로 거리인 여주에 올해로 5년째 주말농장을 한다.

작년에는 밭 주인이 나무를 심는다고 밭을 내어 달라해서 다년생인 도라지를 강릉에 옮겨 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년 유예가 되었다.

거기다가 올해는 아저씨네 집 위쪽에 매실나무도 일부 가꿔서 수확을 하라 한다.

작년에 방치한 매실나무라 너무 잔데다가 병을 해서 한 바가지 따고 말았다.

오늘은 내가 일년동안 돌봐 줄 매실 나무를 정하고 수형을 잡느라 이미 삭은 끈을 일일이 풀어주고

환삼덩굴에 숨을 못 쉬었을 마른 환삼 덩굴도 제거해 주었다.

밭 꼴이 말이 아니다.

 

그 와중에 햇살 가득한 저 전나무 앞에 작은 집 한 채를 짓고 

매실 나무를 가꾸며 

나물도 캐고 맛있는 반찬 해 먹으며 사람들이랑 어울리며 그리 살았음 좋겠다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10억이 넘는다는 아저씨의 말에 시나리오는 찢겨져 휴지통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럼 100평이라도..."

 남녘에는 눈꽃 내리듯 하얗게 매실이 지천을 이뤘더만 

여기는 아직 꽃눈이 이렇게 작다. 

보름쯤 지나면 꽃이 피려나? 

그나마 이 녀석들은 나은 것 같은데 

환삼덩굴에 혼이 난 녀석들은 꽃눈을 겨우 좁쌀만하게 밀어 올렸다. 

1년 푹 잠이나 잘까, 아니면 세상 밖으로 나가볼까 하면서 궁리중인가 보다.  

 

 

나와 엄마가 수형을 잡아 주느라 가지를 돌멩이에 묶어 놨던 파란 끈을 낫으로 끊어주면 

아저씨는 예초기로 가슴까지 오는 쑥대를 잘라 냈다. 

쑥대가 가슴까지 오다니... 

매실나무 주인은 약도 치지 않고 예초기로 웽웽 풀을 날리더니 

작년엔 풀과의 전쟁에서 손을 들었나보다. 

그래서 아저씨에게 매실나무를 가꿔 먹으라고 했는데 

아저씨는 또 우리에게 몇 나무 가꾸라고 하신다.   

 

이랬던 매실밭이

 

이렇게 변했다.

 

 

작년에 기세등등 매실밭을 점령하고

또 잔 가시로 손등을 긁어 놓던 환삼덩굴은

살금살금 싹을 내어 기어나오고 있었다.

처음 떡잎은 가지런하게 참 얌전하게 나온다.

본잎부터는 본색을 드러내는데

단풍잎모양으로 5각형을 만들며 뒷면에는 가시도 달고 나온다.

줄기도 가시를 내어 긁히고 또 옷에 달라 붙어서 영 성가시다.

얌전한 녀석들을 칼로 한방에 보내 버렸다. 

매실밭에서는 환삼덩굴과 쑥과의 전쟁을 1년동안 치뤄야 한다. 

이기면 알이 굵고 건강한 매실을 따게 되겠지.  

 

 

오늘의 할일인 환삼덩굴을 모두 제거하고

저녁 국거리로 엉겅퀴를 몇 잎 뜯었다.

냉장고가 없는 아프리가 사람들이 그날 필요한 생선만을 잡듯이

나도 자연 냉장고인 텃밭에 싱싱한 먹을 거리를 그대로 둔 채.   

 

 

달래도 소복히 나왔다.

이파리로 보아 시원찮아 보여

꼬챙이로 캐다가 호미로 한 삽 뜨듯 떠냈더니

세상에나 이파리보다 더 큰 뿌리들이 덩어리를 이룬다.  

 

 

 

 

막 땅속에서 나와 햇빛을 본 달래는

속살을 드러내며 우리집 식탁으로 옮겨 왔다.

 

들에 나가면 먹을 거리가 많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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