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다녀왔다.
여행의 진수는 걸으며 천천히 자연을 보는 것.
하루에 몇 키로를 걸었느냐가 아닌 걸으며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가 중요한 것.
큰언니는 내가 나흘이나 쉬므로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다.
엄마 휠체어를 실으려면 차를 가져가야 해서 인천항에서 저녁 6시 30분에 배를 타기로 했다. 14시간동안, 으~~
허리 되게 아팠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엄마랑 언니도 그렇다고 하니 뭔가 잘못된거 같다.
의사는 병을 말 그대로 표적처럼 여겨서 치료하는 표적 치료만 관심이 있지 그 부작용에는 관심이 없다.
엄마의 "이레사"약은 암세포를 죽이지만 멀쩡한 세포마저도 죽여서 발바닥 살이 몇 번 벗겨지더니 이제는 얼굴 살이 앏아져서 추운날 찬바람 쐬면 얼굴이 터지듯 처음엔 콧등부터 다음엔 얼굴 양볼이 빨갛게 갈라지고 잠결에 긁은 얼굴은 피가 흐르다 꺼멓게 말라 붙어 있다.
그래도 엄마는 여행의 신처럼 잘 따라 오신다. 잘 다닌다고 했더니 "아프다고 하면 너희들이 안 데려 갈까봐 란다."
이것저것 신기해 하며 들여다 보고 만져보고... 엄마의 피를 내가 이어 받았나보다.
발바닥이 얇아서 터져서 양말을 두껍게 신으면 신이 안 들어 가서 양말을 반을 접어 신고 반은 맨발로 다니면서도 어느 한 곳에 내리면 늘 감탄이다. 특히 까만 제주도의 현무암을 신기해 하셨다.
욕심많은 엄마는 나 몰래 현무암 몇 개를 모자에 싸서 숨겨 들여오셨다. 옥상에 장식을 할 거란다.
나도 송엽국과 바닥을 기면서 피는 노란 꽃을 꺾어 왔다. 이번엔 잘 살려서 옥상에 퍼뜨릴 계획을 하면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큰언니가 엄마를 태우고 운전을 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왕중에서도 왕길치인 언니는 동쪽, 서쪽도 구별 못하고 네비도 없는 터라 바닷가가 어느쪽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추가로 든 보험료 3일치는 돈만 내고 말았다.
기사, 관광 안내원, 숙박 업소 알선, 식사 담당, 매표, 물주... 나는 1인 몇 역을 해 내며 여행을 다녔는데 아쉬운 건 좋은 곳을 마냥 머무를 수 없고 -나 혼자 여행이라면 몇시간이고 눌러 앉을 수도 있었겠지만- 많은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가이드의 성실한 근무에 여러 곳을 다녔다.
자전거를 잠깐 타기는 했었다. 바닷가를 1시간여?
이렇게 날씨도 좋은데 4일 정도 자전거 일주를 하면 딱 좋겠다만서도 이번 여행은 엄마와 언니를 위한 것이니 꾹~~~ 참았다.
다음엔 나 혼자 또는 누구와 가더라도 걷거나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마냥 만끽할 거다.
오늘 아침에 도착하여 아침겸 점심을 먹고는 여주로 땅콩을 캐러 갔다. 땅콩 반 자루에 멧돼지가 먹고 남은 손가락처럼 가는 고구마 반 자루 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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