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먹물을 쓸 거라 흰색 옷을 입고 와라!"
했더니 반응이 엇갈린다. 그 중 말 할 때 늘 어딜 갔다 와서 뒷북치는 녀석이
"먹물 쓰는 데 왜 흰색 옷을 입고 와요?"
한다.
한 술 더 떠서
"니가 흰 색 옷 입고 오면 그 위에 먹물로 그림 그려 줄려고."
했는데도 녀석은 뭔뜻인지 아직 파악 못하고 있다.
순진한 구석이 있기에 아이들이라고 할까?
오늘 아침에는 정말 흰 옷을 입고 올까봐 몇몇 아이들이 뒷북 녀석을 관심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1층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A/S 기사를 불렀다. 불과 며칠전 멀쩡하게 돌아가던 보일러가 세입자가 바뀌고 밖으로 나와있는 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거다.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보일러의 구조라도 알아 둘까싶어 세탁기 뒤로 넘어 들어간 기사 옆에서 수발을 들어 주는 척 붙어 있었다.
"100프로 통이 터졌는데요."
한다.
기사는 풀었던 나사를 다시 조이고 휴대폰으로 뭔가를 찍어대더니 출장비 명목으로 15천원을 요구하면서 견적서를 끊어 주었다.
통을 가는 데 37만원, 전체 보일러를 교체하는데 52만원이란다. 그러면서 오래되고 했으니 전체를 교체하란다.
당장 교체하겠다는 말을 듣고 싶었겠지만 나중에 전화 한다고 했다.
A/S를 신청했을 때 여직원은 내 보일러의 상태도 물어보지도 않고 기사가 나가봐야 한다고 했다. 내가 기사가 무조건 나와 볼 게 아니라 보일러의 상태를 알려 주고 고칠 수 있으면 고치고 안 되면 기사가 나와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유는 기사가 나오면 고치든 고치지 않든 무조건 출장비를 받아가기 때문이다.
여름에 텔레비젼에서 소리만 나고 화면이 안 나왔을 때도 수리기사는 브라운관이 나갔다며 새로 사야 한다고 풀었던 나사를 다시 조이고 출장비를 받아갔다. 수리를 하는 전문가라면 무조건 나가봐야 알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디가 고장이라고 이야길 한다면 굳이 기사를 부를 일도 없을텐데.
보일러 기사가 가고 보일러를 보니 똑똑 떨어지던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세탁기 뒤로 넘어가서 에어도 뺐다.-에어 빼는 걸 기사한테 물어봤더니 아주 어렵다며 아래에서 빼는 거라고만 얘기해 줬었다.-보일러에서 물이 나올만한 곳은 한 군데 밖에 없으므로 거기로 에어를 빼는 거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을 한 동안 빼 냈다.
어제 밤과 오늘까지 1층을 들락거리며 보일러를 살펴 봤더니 주방의 뜨거운 물도 나오고 보일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나이가 들어 사람들에게 속으면서 나도 남을 믿지 못하는 나이듦의 병이 들어 있다. 특히 여자인 내가 카센타를 가거나, 지금처럼 기계를 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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