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기/텃밭

풀과의 전쟁에서

햇살가득한 2014. 7. 7. 22:42

아무래도 진 것 같다.

열심히 풀을 뽑아 줬건만 이제 풀속에 땅콩이 자라고 들깨밭도 풀이 덮어 버렸다. 

지난 단오 때 엄마와 언니가 단오 구경을 미뤄두고 나랑 셋이서 이틀 동안 매고 들깨를 심었고 그 이후에 내가 한 번 더 맸는데 말이다. 

   땅콩은 제법 실하게 되어서 수확을 기대해 볼만해서 날이 어둑하도록 풀을 뽑고 북을 주고 왔다. 꼴랑 10개 정도 되지만. ㅎㅎㅎ 미니 장미는 1년에 두 번 꽃을 피우고 있다. 인간이 생육 환경을 조정한 비닐 하우스에서 자라 한 겨울에 꽃을 피우고 진 것을 밭에다 옮겨 심었더니 제 팔자를 찾아 가는 듯 하다. 그 장미도 풀들에 덮힌걸 쥐어 뜯어 주고 왔다. 

  군자란도 그랬다. 2월말에 이사를 오면서 집이 썰렁할 것 같아서 레옹마냥 꽃핀 화분을 한 개 들고 왔는데 며칠전 분갈이를 해 주려고 봤더니 꽃대가 돋아나고 있지 않은가? 괜히 움직였다가는 꽃에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대로 놔뒀더니 어제 오늘 분홍색 꽃이 피기 시작한다. 군자란의 생육환경은 지금이 제철인데 인간이 또 바꿔 놓은 건가보다.

  다행인건 비닐하우스 속에 있을 때 지렁이도 한 마리 화분에 담겨져 전에 물 줄 때 지렁이 꼬리가 쏙 들어 가는 걸 보고는 쌀 씻을 때 뜨물 이외에는 안 줬더니 그 양분을 먹고 자랐는지 꽃까지 피우는 거다. 분갈이를 하려고 봤더니 새끼 지렁이도 기어 나왔길래 화분 안으로 넣어 주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 키우는 건 영 쉽지 않은데 군자란은 그런 조건이 맞는가보다. 

  군자란 한 개가 나름 삶의 희망을 준다. 피식. 웃기기도 하지.  

  학교 텃밭은 하루에 한 두 번씩 가 보니 이따금씩 가보는 150평 땅보다 두어 평의 밭이 더 수확물이 좋다. 오늘도 호박을 따서 9번째 순번에게 나눠주고 완두콩 몇개를 수확하여 왔다. 완두콩은 올해 아이들 말대로 '망했다.' 내년엔 좀 더 일찍 심어야겠다. 

  오이, 가지, 토마토, 상추, 쑥갓, 완두콩이 요즘 수확하는 작물들. 초가을까지 실하게 열매를 달아 줄 것 같다. 강낭콩 고투리는 실한데 알이 차지 않은 채 이파리가 누렇게 변하고 있다. 아무래도 뭔 병이 있는가보다. 

  스트레스 안 받게 직장 그만두고 텃밭이나 가꾸며 조용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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