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년은 어떤 꽃이 피는지 보고 다닌다.
3월달에 와서 처음 만난 꽃은 수선화.
학교 이웃에 봄이 되기 전에 알뿌리를 얻으러 가야겠다.
그리고 6월달부터 피기 시작하는 송엽국.
너무 더워서 감히 길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돌틈을 슬금슬금 기어 덮으며 채송화처럼 피는 송엽국은 이곳 영동지방에서만 본 꽃이다.
어제 친구가 와서 혼자서는 못하는 꽃 도둑을 같이 했다.
보랏빛 도라지 꽃, 주황에 검은 점이 있는 나리, 마타리.
송엽국은 가지만 좀 뜯어 올 줄 알았는데 뿌리째 뜯어왔다. 그래야 확실하게 잘 산다며.
어디 가서 좀 더 뜯어다가 화분의 땅이 보이지 않도록 심어야겠다.
번식시켜서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돌틈에 심어야겠다.
어제는 흰색, 분홍색 접시꽃 꽃씨도 받아서 베란다에 말렸다.
오늘 아침에는 그간 눈여겨 봐 두었던 학교 수국을 서리하러 갔다.
엄마는 꽃도둑은 도둑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꽃도둑을 다른 도둑으로 전이시킬까봐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얼른 갔다 오려고 했다. 그래서 운동삼아 헬맷을 쓰고 고무신에 브래지어도 하지 않고 자전거를 탔다.
분홍색, 파란색 수국을 전지 가위로 10개씩 잘라서 은행나무 밑에 가서 잎을 떼어냈다.
색깔별로 봉지에 담아 자전거를 타는데 좀 뜨끔하였다.
일단 물에 담아 놓고 저녁이 돼서야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색깔은 토질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따로 꽂았다. 맨처음 가져올 때는 10개씩이었는데 인터넷에 짤막하게 자른 걸 보고 반씩 더 잘랐다. 결국은 40개가 넘어 버렸다.
물을 좋아한다는 수국. 뿌리가 내린다면 밭에 옮겨 심어서 번식을 시키고 이 역시 집 지으면 계단을 올라가는 양쪽에 영산홍 대신 심어야겠다.
봄에는 영산홍이요.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국화.
향호리 선생님께도 전화를 드려서 영산홍 삽목하는 걸 좀 배워야겠다.
내년에 과연 집을 짓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