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으로 올해 귀촌했습니다.
먼저 살던 분은 귀농하여 농사를 오랫동안 하시다가 연로하셔서 저희한테 넘겨 주었지요.
농사를 주로 하셔서 꽃은 거의 없는 편인데
저는 농사도 좀 할 거지만 예쁜 꽃으로 골짜기를 꾸밀 예정이랍니다.
작년 돌아가신 엄마는 꽃을 유난히 좋아하셨습니다.
엄마가 운명하실 때 저 세상 가거든 아프지 말고 일도 하지 말고 꽃만 가꾸고 살아.
할 정도로 일도 많이 하고 꽃도 참 좋아하셨어요.
늘 이런 저런 씨앗을 넓은 잎에 싸서 주머니에 넣어 와 도시 옥상에 뿌리셨지요.
아침 눈을 뜨면 그 꽃 가꾸는 재미를 보곤 하셨는데......
가시는 길에 꽃과 함께 가시라고 누런 광목을 삶아 빨아 희게 만들어서 흰종이꽃을 수백개 접어서 꽃관을 만들어 드렸어요.
2년만 더 일찍 귀촌을 했더라면 엄마 맘대로 꽃을 심게 했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엄마가 저 세상 가서 제게 꽃밭을 마련해 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어제는 강릉 사천에 사는 분 댁에 처음으로 꽃구경을 갔습니다.
이런, 어떤 닉네임을 쓰시는지 여쭙지 못했네요. 그 분이 이 까페를 소개 해주셨어요.
넓은 정원에 온갖 꽃을 가꾸고 계시더군요.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들과 꽃 포기 사이로 수없이 호미질을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꽃씨와 이것 저것 파서 주시는 꽃들을 신나서 들고 와서 아직 먼저 주인이 살고 있는 골짜기로 갔습니다.
어둑해질때까지 심어 놓고 내려오는데 무섭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골짜기라 좀 적응이 덜 됐거든요.
꽃 가꾸고 집 가꾸고 그러다 보면 내 손길이 간 곳이라 산속이라도 정이 들겠지요.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다정하고 환한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진달래 따다가 화전 부쳤습니당.
오늘 밭일 하느라 팔뚝이 뻘겋게 익은 남푠과 산사춘 한 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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