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익어가는 감을 다 떨어뜨릴까 살짝 걱정이 된다.
이미 비닐하우스는 다 날라가 버리고,
며칠만 더 있다 태풍이 오면 다 익은 대추를 털어 줄텐데... 이제 대추가 익어간다.
밤에게는 잘 되었다. 알밤은 물론 밤송이째 다 털어 놨을 것이다.
아침에는 전기도 나가서 물도 안나오고, 휴대폰도 안 돼서 남편은 차를 끌고 신고를 하러 나갔었다.
전기가 들어오자 난 그간 미뤄뒀던 휴대폰 덮개를 만들리라 재봉틀을 꺼냈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
엄마는 재봉틀 앞에 앉았다. 아버지 몰래 사들인 재봉틀이라 며칠을 이웃집에 맡겼다고 했다.
농사일을 할 수 없는 비오는 날엔 읍내 한복집에서 얻어온 자투리 천을 꺼내어 베갯잇을 만들곤 했다.
두 번 접어서 사각형이 되면 그걸 원의 중심에 꼭지점이 향하도록 모아 동그란 베개를 만들었다.
난 엄마가 버리는 쪼가리 천을 이리저리 꿰매 지갑을 만들곤 했다.
엄마의 부지런함을 닮은 나는 비오는 날 재봉틀을 끼고 앉은 것도 꼭 닮았다.
처음 만든 휴대폰 카바는 작아서 망쳤다.
애를 쓰는 날 보고 남편은 하나 사지 만드느라 애를 쓴다고 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이런 소꿉놀이같은 즐거움을 알리가 없다.
뒷면은 카메라를 노출시켜야 되므로 구멍을 뚫고 휘감치기를 했다.
낡은 먼저 카바에서 자석을 떼어내어 움직이지 않게 꿰맸다.
그리고 휴대폰 케이스는 글루건을 쐈으나 천이 붙지 않아 바늘로 꿰맸다.
짜잔, 완성이다.
앞면은 단색이면 밋밋할 것 같아서 꽃무늬 천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리고 방 하나 널어 놓은 김에 어수선한 조미료통 좀 가려야야겠다. (전)
엄마가 가실 때 누런 광목을 사서 폭폭 삶았다.
광목을 재단하여 관을 싸고 그 위에 하얀 종이꽃 수백송이를 만들어 달아 드렸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라서 꽃가마를 타고 저세상에 가서도 꽃만 가꾸며 사시길 바랬다.
그 때 여유있게 사서 삶아 놓았던 광목을 재단하여 레이스를 달았다. (후)
비가 오고 재봉틀을 돌리고 엄마가 생각나고...
그리고 내일 비가 그치면 밤을 주우러 가야겠다.
또 분홍빛 국화도 일으켜 세워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