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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연분의 내력

햇살가득한 2005. 9. 13. 22:48
천생연분의 내력
번호 : 16102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177   스크랩 : 0   날짜 : 2005.05.30 15:09
옛날 얘기 또 하나 해드리지요.

옛날 얘기 좋아 한다고 제 나이를 미루어 한 칠십여세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죠? ㅎㅎㅎ


옛날에 한 선비가 길을 가다가 날이 어두워 어느 불빛을 따라가게 되었답니다.

그 집에서는 한 할머니가 선비를 맞아 주며

"여기는 인간이 왕래하는 곳이 아닌데 어떻게 왔소. 어쨌든 이왕 왔으니 하룻밤 묵어 가구
료."

하여 선비는 신세를 지기로 했답니다.

그러나 잠도 오지 않고 혼자 궁시렁대는 할머니 땜에 일어나 앉고 말았지요.

할머니는 빨간 보자기를 펴 놓고는 실을 한 발 쯤 끊어서 매듭을 엮는 것이었지요.

이렇게 궁시렁대면서 말이죠.

"이 건 오꿈사 이장이랑 어드메 사는 처자랑, 이 실은 부여의 상금농장이랑 맘씨 이쁜

아무개랑, 이 실은 하동에 사는 산내음이랑 어디에 사는 아무개 처자랑, 이 실은 서울 사는

도반을 찾아서랑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어드메 총각이랑......."

"아니 그럼, 할머니가 천생연분을 지어 주는 할머닌가요?"

"그렇다네. 이 실을 놓으면 그 남자와 여자의 발목에 이 실이 묶여진다네. 이 세상 아무도

그것을 끊을 수는 없지."

"그럼 할머니, 제 짝이 될 사람도 아시겠네요? 서른이 다 되도록 아직 장가도 못가고 있는

데 제 짝은 어디 사는 누구인지요? 그리고 언제쯤 만나게 될까요?"

선비는 눈을 반짝거리며 할머니한테 바짝 다가 앉았습니다.

"그럼, 있지.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예서 자고 내일 찾아가 보게나. 그런데 자네 짝과는

나이 차이가 참 많이 나는군."

선비는 입안에 침이 다 마를 지경이었습니다.(이장, 상금농장, 산내음, 도반 물좀 주까?ㅎㅎㅎ)

"내일 여기서 내려가서 앞산을 넘고 들을 지나면 큰 동네가 나올 거야. 그 동네에 큰

정자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 아래에 어떤 여인네가 아기를 업고 있을 걸세. 그 아기가

바로 자네 짝일세."

선비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그 집을 나와 마을에 도착을 해 보니 과연 정자 나무

아래에 어떤 여인네가 아기를 업고 있었습니다.

선비는 할머니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는 아기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 봤더니 세상에나, 아이의

얼굴이 그렇게 예뻤지요.

그런데 선비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제 세 살 된 아기가 언제나 자라서 내 배필이 될꼬? 저 애가 없어진다면 다른 짝이 내게

정해지겠지.'

선비는 발밑에 놓인 돌멩이를 들어 어린 아이의 머리를 힘껏 내리치고는 줄행랑을 놔 버렸답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어느 해에 선비는 그 마을 원님으로 부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사십줄에 아직 결혼도 않은 원님에게 고을에서는 여러 규수를 천거했고 원님은 그 중

한 규수와 정혼을 하였답니다.

혼례식을 올리기로 한 날, 원님이 정안례를 드리고 교배상앞에 서 있으니까 신부가 마주

나와 섰는데 이마에 흰 띠를 두르고 있었답니다.

드디어 밤이 되어 원님과 마주앉은 신부는 족두리, 원삼 등을 다 벗었는데 이마의 띠만

벗지 않는 것이었지요.

"하얀 띠를 이마에 두른 것은 무슨 이유이며 신방에서도 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오?

백년가약을 맺은 우리 사이에 못 할 말이 뭐 있겠소. 어서 말을 해 보시오."

이야길 들어 본 즉슨

"제가 세 살 때, 유모가 마을 어귀 정자나무 밑에 갔는데 길가던 선비가 아무 까닭도 없이

돌멩이로 때려서 그 때 생긴 상처랍니다."

원님은 천생의 배필을 늦게 만나 남들보다 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야그.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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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속적인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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