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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생기게 된 내력

햇살가득한 2005. 9. 13. 22:49
술이 생기게 된 내력
번호 : 16087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101   스크랩 : 0   날짜 : 2005.05.28 18:28
옛날 얘기 하나 해 드릴까요?

옛날 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았는데 늙어 병이 들었답니다. 그래 나이 젊은 아들이

백방으로 약을 구하러 다녔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중국 북경까지 갔는데

가져간 예물을 드린다음 병세를 이야기 하니 중국 의원이 아무말을 않는 겁니다.

아들은 무어라 말을 붙여 보지도 못하고 의원의 입만을 쳐다보고 있는데 의원 일을 돕고

있는 서사가 젊은 아들에게 눈을 꿈쩍꿈적하면서 일어 서는 겁니다.

그래 아들이 따라 나서니

"선생님이 아무 말 없는 것은 무슨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게 틀림 없으니 의원의 소실 집엘

찾아가 보게나."

해서 젊은 아들은 다음날이 되어 그 집엘 찾아 갔지요.

비단을 내어 놓으니 소실이

"그 약은 일러 줄 수가 없다고 하네요. 산 사람의 생간 세 보를 맹물에 고아서 먹어야

낫는 병인데 사람을 살리려고 의원을 하지 죽이려고 의원을 하는 게 아니냐고 하면서

일러 줄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젊은 아들은 약 처방은 알았으나 맥이 풀리지 않을 수 없었지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민을 한 결과 그래도 아버지를 살려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지요.

아들은 칼을 하나 사서 잘 갈은 뒤 고개마루로 가서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흥얼흥얼 글을 외우며 갓을 반듯이 쓴 선비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들은 가슴이 방망이질 쳤습니다.

'저런 선비를 죽였다가 벌 받는 게 아닐까? 하긴 선비건 상놈이건 벌 받긴 마찬가지지.

허나 사람 중에 선비라면 최고의 존재니 약도 효험이 있을거야."

하면서 선비를 쓰러 뜨렸습니다.

두번째는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들리며 장삼 입은 스님이 올라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스님도 해치웠습니다.

그 때 낄낄낄 싱겁게 웃는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라 보니 미친 놈 하나가 춤을 추며 올라

왔습니다.

아들은 세 명의 시체를 한 곳에 모아 묻고 봉분을 만들어 줬답니다.

아버지의 병은 씻은 듯 나아졌답니다.

그러나 아들은 세 사람의 영혼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 소상이 되어 음식을 정갈하게 차려서

제사를 지내 주고는 돌아서려는데 사람 키만큼 자란 풀이 있더랍니다.

누렇게 익은 것을 훑어 와서 다음해 심었더니 더 많이 수확을 할 수 있었겠지요.

그 아들은 그것을 그대로 밥을 해 먹어 보기도 하고 가루로 빻아 먹어 보기도 하고 잘

빻아지지 않는 것은 모아 두었더니 썩어서 시큼한 냄새가 나더랍니다.

이걸 갖고 어찌 저찌 하다 보니 술이 생겼는데 이 곡식은 밀이라는 것이지요.

지금도 자세히 보면 배를 갈려 죽은 원한이 사무쳤는지 아래서 위까지 칼 자국이 뚜렸이 나 있지요?

이런 사연으로 생긴 술이라 술을 먹으면 세 사람의 영혼이 차례로 나오게 마련인데

처음엔 선비 차례라 점잖고 예의 바르다가

두번째 스님의 차례라 평생 부처님 앞에 차려 놓고 불공을 드리던 습관이 있어

못 먹겠다는 사람에게까지 자꾸 드시라고 억지로 권하게 된답니다.

그 정도에서 그치면 좋은데 조금이라도 더 먹으면 이젠 마지막 혼이 나오는 판이라 어른

애도 몰라 보고 마구 본성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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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을 읽다가 간추려 올린 거랍니다.

내용이 좀 잔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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