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도반의 도반이 된 삿갓

햇살가득한 2007. 2. 27. 00:38
도반의 도반이 된 삿갓
번호 : 2750   글쓴이 : 도반을 찾아서
조회 : 197   스크랩 : 1   날짜 : 2005.06.30 20:25


떼렐레레...
전화왔슈..
삿갓이드구만..
도반.. 울릉도... 아니 죽도 가자..
아무 생각 없고 시간 많은 도반
아라써.. 가! (난 원래 대답에 육하원칙이 없어.. 성격상..)
이렇게 도반의 도반이된 삿갓...

새벽차 타고 묵호에 세시 반에 떨어졌네..
둘이서 워디 갈때두 읎꾸..
하냥 묵호를 맴돌다가
자리 잡은데서 운 좋게 해 뜨는것두 보고..
(아씨.. 근데 소원을 빌었어야했는데...)

산오징어 마넌에 스무마리...
먹다먹다 지쳐 나가떨어지니
어느새 배 탈 시간이 되고...

울릉도......
(참 사람 많이도 퍼 놓대...)
삿갓, 도반 바리바리 먹을 것 싸들고... 땀 삐질거리며..
저기여.. 죽도 가려고 하는데 숙박이 되나요??
넹?? 안돼요. (이 양반들은 대답에 기승전결이 없네.)

그래도 한번 해보는겨...
(우리가 별달리 가진 건 없어도 미모가 있잖여.. ㅎㅎ
왜유? 시방 웃어유? 맘대루 해유?)
그런 말 들어봤슈?
남들이 다 아니다라고 얘기할 때 혼자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용기..
(그런데 이 말 여기다 끌어다 써두 돼??)

죽도야 니가 원하던 그렇지 않던 언니들 왔다.

메스컴 덕에
무공해,....... 순수 총각........ 효자로 이미지화 되버린....
자의반 타의반, 울릉도에 하나의 아이콘이 되버린...
그래서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되버린.... (죄송)
죽도 총각...

더덕 쥬스 갈고 있네...

그래... 그는 경운기를 몰고 더덕 농사를 짓고
배가 접안되는 시간에 맞추어 더덕 쥬스를 갈면서
일상을 꾸려가고 있을 뿐...

대중과 조금이라도 다른 것에 대해 늘 촉각을 세우고 있는
메스미디어가 촉발시킨 관심에
대중은 호기심을 채우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그 뿐....

휑하니 물 빠진 바다를 조금은 쓸쓸하게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그 또한 일상이 아닌가.....

묵어가길 청했지만....
이 또한 그에게는 자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닐까?

그래도 우리의 친절한 삿갓..
늙어 가는 친구 어떻게든 면처녀 시켜보겠다고 혼자 열심히
강. 약을 조절하며 텔레파시를 쏜다.
(삿갓... 우쒸...나...쪽... 팔려...)

우리는 죽도를 내려 올 때까지도...
그 곳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돼지 꽃을.....
(꽃과 이름이 그렇게 따로 노는 꽃은 첨 봤소. ㅠ.ㅠ)
코바늘 레이스 커튼 같은 그 예쁜 꽃을....
당귀로 알고 있었다.

그랬다..
우리는 죽도에서 자고 올 줄 알았다.
돼지꽃을 당귀로 우리 맘대로 믿어 버린 것처럼...

다섯 시간의 성인봉 산행..
정상이 코 앞인데
갑자기 알라딘 램프에서 연기가 후루룩
피어오르는 것 같은 조화를 부리더니.
워메... 먼일이여...
비가 흩뿌리더니.... 내 발끝만 보이네..
군대도 면제받는다는 평발로 어떻게 오른 산인데...
(친구야! 미안하데이.. 평소 내가 지은 복이 읎어서....ㅠ.ㅠ)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잦다는 태하 등대..
갖은 미사여구가 한낱 군더더기가 될 것이다.
이 모습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래도...
그래도 몇자 적자면...

아기 궁뎅이 같이 반쪽으로 갈라진 섬 사이로
연둣빛, 옥빛, 쪽빛으로 색깔을 수시로 바꾸는 바다.
하나님, 부처님.. 필경 그 두 분중 한분이 오셔서 부린 조화속 일껴....
세상의 욕심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어서였을까..
내려가는 몸피가 아주 가벼웠다.

민빅집 강아지 안나하고 인사를 트고
민박집 할아버지가 작살로 잡은 돌돔 회무침을 염치없이
배 부르게 얻어먹고......
두 내외가 풀어 젖힌 소싯적 이야기로 귀도 호강도 하고...


스레트 처마 밑을 미끄러지는 낙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잠시 무념무상의 시간이라는 것도 체험을 해보게 된다.
그도저도 무료하면
근처 산을 배회하다 산복숭아.. 야생깻잎을 불법체취(?)도 하고...

소싯적..
(암 내 나이되봐... 까마득한 소싯적이지...)
빠꿈살이 하는 것처럼 삿갓이랑 굴 껍데기에 밥 퍼담고..
홍합 껍데기에 짱아찌 담아서 희희낙락...
예닐곱 소녀도 되어봤다..

붙임성 좋은 삿갓 덕에 초등학교 교무실에 들어가
차도 한잔 대접받고....
비를 피한 예쁜집 안주인에게 커피도 얻어 마시고...
소라.. 홍합을 얻어서 한 냄비 끓여먹고..
(삿갓.. 니는 어디에 던져놔도 산다..)

온 골목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이는 우체국...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조용필 노래...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에서 어딘가에 엽서를 쓰는 그녀의 고운 손...
그런 노래가 있다.
늘 소읍의 우체국에 들어서면 베고니아 화분이 있었으면
싶고 고운 손으로 엽서도 쓰고 싶었다.

음....우체국에 베고니아 화분이 없다. 나는 고운 손도 없다.
엽서를 쓰지 않는 우체국에 다만 p.c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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