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아들을 낳은 건 아니구요

햇살가득한 2007. 8. 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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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유부녀 됐습니다.

이사한 지 며칠 됐지만 장기 출장에, 짐정리에, 여행에... 차만 타고 다니던 동네 오늘은 산책삼아 한바퀴 도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계시면 냉큼 쫓아가 어디에 이사왔다고 인사 드렸습니다. 

촌분들 그 다음부터 호구조사 들어 가십니다.

"몇 식구여?"

"두 식굽니다."

혼자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낮에도 반 속옷차림으로 있는데 동네 분이 저벅저벅 현관까지 오셔서는 걸터 앉으시더니 이것저것 물어보셨거든요.

더군다나 어제 밤에는 악몽도 꾸었던지라.

"농사는 안 지을 거고, 뭐해?"

"직장 다닙니다."

"남편도?"

"예"

아, 이럴려고 둘이 산다고 한 건 아닌데.

"남편 성씨는 뭐야?"

할아버지 성씨는 왜 물어보신다요. 저 좀 그만 거짓말치게 해 주세요.

둘이 산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미적거리며 혼자 산다고 번복을 할 수는 없는 일.

"김입니다. 김가요."

이제 거짓말은 단계를 밟아가며 거침없이 내달립니다.

김씨라...

클났네.

어쩔 수 없습니다.  김씨 성 가진 총각들 손 들어 보시오. ㅎㅎㅎ

다른 할아버지가 또 물어 본다면 이씨나, 박씨 뭐 이렇게 둘러대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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