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때 산책을 나섰는데 밭에서 할머니 두 분이 배추를 심고 계십니다.
좀 거들어 드릴 요량으로 밭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린 뒤
배추 심는 걸 배워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멍을 파서 포트에 뺀 모종을 놓고 물을 주고 비닐 속에 든 흙을 그러모아 꼭꼭 눌러 줬지요.
여린 배추 모종이 아기살 같아요.
할머니보다야 못 심을 거 같아 무거운 물을 열심히 떠 날랐는데
휴, 팔뚝 근육이 불뚝 튀어나옵니다.
밭주인 할머니는 무거운 물 떠 나르는 게 미안해 하면서도
일꾼 생겼다고 좋아하십니다.
저녁때쯤 동네 이장님 목소리가 방송을 탔었습니다.
같은 내용을 연거푸 세 번씩이나 하셨는데
듣는 나도 안타까웠습니다.
동네에 사시는 할머니가 산에 혼자 올라가셨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라는 겁니다.
마을 회관앞에 빨간 119 소방서 차량이 몇 대나 왔고
할머니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광주 소방서라고 찍힌 소방차를 보면서
광주에 살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뭔일이 있을 때 나를 위해 달려와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죠.
소방서 차는 모두 돌아가고
할머니는 비닐 덮은 고랑에 배추를 다 심으시고는 저쪽으로 또 옮겨 가십니다.
'저녁 지어 먹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중간에 털고 나오기도 뭣하고...
드디어 배추를 다 심고
할머니는 배추 포트 한 판에 물을 뿌려 주시며 내일 아침 심으라고 주셨습니다.
그러잖아도 차를 타고 나가서 배추 모종을 사와야겠다고 며칠째 벼르고 있었는데 잘 됐지 뭐예요.
감사합니다를 몇 번을 하고는 받아들고 오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칠푼이처럼. 히히히
미리 물을 뿌려 놔야 잘 빠진다는데
내일 아침까지 어찌 기다리나요.
옥수수를 베어내고 비닐이 그대로 깔린 자리에 호미로 구멍을 내고 배추를 심었습니다.
이제 틈틈이 배추 옆에 쭈그리고 앉아 배추 벌레를 잡아 주는 일이 남았겠죠?
자, 여기서 질문 들어 갑니다.
비닐을 안 깔고 심으면 안 되나요?
20여개 남았는데 비닐 깐 데는 다 심었거든요.
거름을 줘야 하나요?
먼저 할아버지가 쓰던 시커먼 거름이 있던데 그걸 어찌 주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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