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추석이 며칠...

햇살가득한 2007. 9. 19. 15:12

년말쯤이면 새 달력을 받아들고 빠른 속도로 거칠게 넘겨가며 발견하는 

연이은 빨간 숫자들이 몸속에 흐르는 피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작년 년말에 교육과정을 짜면서 추석 연휴에 하루 더 임의로 써 넣은 재량 휴업일까지 따지면

올 추석은 6일이나 연휴인 셈이다.

6일이라면 어디 해외여행을 다녀 올 수도 있는 그런 긴~~ 날인데...

자, 어떻게 연휴를 잘 보낼 것인가

매스컴에서는 2,30대 여성들은 긴 치유기간을 요하는 가슴성형을 한다고

성형외과는 추석 대박이 났다고 하는데 

키워 볼 생각조차 안 해 본 가슴은 그저 매스컴 얘기일 뿐.

올케가 알맞게 간을 해 주면

조카랑 둘이 앉아 오금이 저리도록 전을 붙이고 할 터이지만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하는 늙은 동생이 그러고 앉아 전이나 뒤집고 있는 꼴을 보는 오빠의 심정이 오죽하랴.

언제부터인지 명절때 슬그머니 빠지기 시작했더니

엄마는 이번 추석엔 올거냐?

이렇게 질문이 바뀌었고

그 때마다 뭐 적당한 핑계거리를 대느라 우물쭈물 했었다.  

작년 추석때는 산골에 들어가 개울물을 따라 첨벙대며 걷다가 다래를 따고

전교생이 두 명인 산골 학교에 해가 산을 넘어오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돌고 온 적이 있었다.

때가 되면 텃밭에 나가 더덕을 캐서 고추장을 발라 구워 먹고

돌담사이로 들락거리는 다람쥐를 쫒아 다니기도 하고

이따금씩 불어주는 바람에 떨어진

알밤을 주우러 담장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올 추석엔 뭘할까?    

년초에 집에 있는 달력에 '자전거 타고 제주도 가기'가 27일까지 화살표로 찍 그어져 있는데

그건 요원한 거 같고

며칠전 가 보았던 혼불 문학관에 자극을 받아 

읽다가 꽂아 두었던 '혼불'을 하루에 1.5권씩 읽어 제낄까?

아님 밀린 숙제를 깔끔하게 다 마칠까?

그것도 아님 생각없이 며칠을 걷다가 돌아올까?

또는 자전거를 끌고 핸들꺾이는대로 방랑을 해 볼까? 

내가 살고 있는 광주도 산골 못지 않게 조용한 곳이라

책보다 멀미나면 동네 한바퀴 돌고 

뒤져도 나올 것없는 냉장고를 몇 번씩이나 여닫다가

개집 지붕위에 알맞게 자란 호박을 따다 부침개나 부칠 노릇인지...

아님 어느 까페에 시골에서 아무생각없이 뒹굴 그런 곳을 찾는다는 여자 싱글이 있어 

그 사람 불러서 그냥 편하게 뒹굴건지...

 

 

 

중요한 건

긴 6일간의 연휴가 끝나는 날

그냥 뒹군 것이 후회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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