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모양만 흉내내는 시골살이 2

햇살가득한 2007. 9. 25. 12:45

떡을 가져 오신 윗집 아주머니

빈터를 놀리는 걸 보시더니 알타리무를 심으라 하신다.

땅속에서 자란 하얀 속살을 다듬어 빨간 고추가루를 버무려 알타리김치를 담은 뒤

목고개를 젖히고 먹는 상상을 하자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씨앗을 한 봉지 사 왔다.

옥수수 베어낸 자리에 삽으로 퍼서 뒤집는데 윗집 아주머니께서 담장 너머로 넘겨다보시더니 안으로 들어 오신다.

호미를 찾아 드시더니 허리를 굽혀 익숙한 동작으로 흙을 고르신다.

삽을 세우고 발로 밟아 흙을 퍼내 뒤집는 건 자전거 타는 일보다 열배나 더 힘드는 일이다.

몸속 어딘가에 우물처럼 준비하고 있었던 듯한 땀이 흘러 넘치듯 쏟아져 내린다.

작은 땀방울은 큰 빗물처럼 모이고 얼굴을 적시고 안경으로 떨어져 희뿌옇게 만든다. 

"농사(내 경우는 맘껏 비웃어 줘도 될 '농'자도 못 쓰는 그런 얼치기지만) 짓는게 이리도 힘드는데 평생 어떻게 지으셨어요?"

아주머니는 뒷짐을 지고 작은 고랑을 보라색 고무신 신은 발로 종종종 밟는다.

수건도 필요없이 윗옷 앞자락을 당겨 얼굴 땀을 �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밟아 놓은 발자국을 따라 분홍색으로 소독된 열무 씨앗을 놓는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배추 40포기에 알타리 몇 단

올해는 허리 휘어지도록 김장을 하게 생겼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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