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가져 오신 윗집 아주머니
빈터를 놀리는 걸 보시더니 알타리무를 심으라 하신다.
땅속에서 자란 하얀 속살을 다듬어 빨간 고추가루를 버무려 알타리김치를 담은 뒤
목고개를 젖히고 먹는 상상을 하자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씨앗을 한 봉지 사 왔다.
옥수수 베어낸 자리에 삽으로 퍼서 뒤집는데 윗집 아주머니께서 담장 너머로 넘겨다보시더니 안으로 들어 오신다.
호미를 찾아 드시더니 허리를 굽혀 익숙한 동작으로 흙을 고르신다.
삽을 세우고 발로 밟아 흙을 퍼내 뒤집는 건 자전거 타는 일보다 열배나 더 힘드는 일이다.
몸속 어딘가에 우물처럼 준비하고 있었던 듯한 땀이 흘러 넘치듯 쏟아져 내린다.
작은 땀방울은 큰 빗물처럼 모이고 얼굴을 적시고 안경으로 떨어져 희뿌옇게 만든다.
"농사(내 경우는 맘껏 비웃어 줘도 될 '농'자도 못 쓰는 그런 얼치기지만) 짓는게 이리도 힘드는데 평생 어떻게 지으셨어요?"
아주머니는 뒷짐을 지고 작은 고랑을 보라색 고무신 신은 발로 종종종 밟는다.
수건도 필요없이 윗옷 앞자락을 당겨 얼굴 땀을 �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밟아 놓은 발자국을 따라 분홍색으로 소독된 열무 씨앗을 놓는다.
배추 40포기에 알타리 몇 단
올해는 허리 휘어지도록 김장을 하게 생겼다. ㅎㅎㅎ
'일상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추밭을 사수하라 (0) | 2007.09.30 |
---|---|
내 친구집은 어디일까? (0) | 2007.09.27 |
모양만 흉내내는 시골살이 (0) | 2007.09.24 |
수세미 사러 가는 길 (0) | 2007.09.23 |
추석이 며칠... (0) | 2007.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