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또 다른 관점의 자전거 타기

햇살가득한 2008. 5. 17. 21:16
  • 글쓴이: 김삿갓
  • 조회수 : 64
  • 02.03.0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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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방학을 하더니 다음주에 개학이라네요.

2주간의 황금같은 방학이라 어떻게 하면 잘 놀까 하면서 번개가 치기를 내내 기다렸죠.

나야 갈 곳도 모르고 자전거도 잘 못타니 먼저 번개 칠 형편은 못되고 해서.

그러던 중 어제(2월 28일)는 잔달이 번개를 쳐서 화원유원지엘 갔다 왔지요.

실질적으로 자전거를 탄 것은 별로 안 되고 낙엽이 쌓인 곳에서 그네도 타고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도 하고, 산책하고 시소도 타고 그렇게 아이들처럼 놀았습니다.

나는 3월 1일은 산악회를 따라 충북 제천의 쪼가리봉 등산을 계획하고 있었답니다.

빡시게 뭔가를 해서 가슴 뿌듯한 일을 만들어 가슴속에 저장해 두고 학교 생활이 힘들 때 조금씩 꺼내 쓰려구요.

그런데 화원 유원지 갔었던 것이 짧아서 아쉽게 여긴 바람돌이가 오늘 좀 더 빡신 코스를 잡은 겁니다.

오늘이 생일이건만 미역국 끓여 먹을 새도 없이 덜 마른 머리를 휘날리며 상동교로 9시에 모였답니다.

바람돌이, 맑은 해, 잔달, 연탄, 그리고 나.

자, 출발.

가창댐 입구부터는 오르막길이예요.

차도에서 샛길로 빠져 수 백개의 항아리가 놓여진 찻집 구경을 갔습니다.

차로 지나다니면서 꼭 들러 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자전거 타는 것은 이래서 좋다니까요.

밖을 둘러보고 안을 구경하려고 얼쩡거리는데 나를 보고 푸근한 미소를 짓고 합장을 하시는 주인분을 보고는 덩달아 두 손이 모아지더군요.

순간 茶를 팔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내가 아는 스님이 떠오르지 않겠어요.

가마솥에 불을 때서 연기가 시렁위의 옛날 하얀 밥주발를 꺼멓게 그을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항아리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었어요.

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우스꽝스러운 항아리.

내가 어렸을 때 알밤을 주워 모았던 작은 단지도 있고 떡시루도 있고...

다시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 갑니다.

이번엔 대구미술광장이라는 전시장엘 들렀습니다.

예쁜 도자기 그릇들과 차시에 마음을 뺏겼지만 뒤로 하고 나올 수 밖에요.

나는 왜 도자기 그릇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흔하디 흔한 흙에 도공이 혼을 불어 넣어 만들어 자연의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인가봐요.

그래서 난 투박한 도자기 그릇을 좋아해요.

점심 때도 숭늉 그릇인 백자 잔에 커피를 타 마셨다니까요.

계속 오르막길이예요.

정대리의 미나리는 비슬산의 청정수를 먹고 자라서 무공해랍니다.

사서 미나리 부침을 해 먹고 싶었지만 내 힘으로는 두 바퀴를 굴리기도 벅찬지라 미나리로 짐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답니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데 앞서 가던 바람돌이가 되돌아 왔어요.

더 타고 갈 수 있는데 왜 걸어서 가냐구요.

길게 봤을 때 무리를 하면 더 안좋기 때문에 힘을 아껴두는 거라고 했죠.

사람은 어느정도 힘을 쓰면 엔돌핀이 나와서 더이상 힘이 안 들게 된다고 바람돌이는 내게 용기를 주었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어요.

자전거를 끌면서 올라가는데 자동차는 잘도 올라가요.

그런 차의 뒤꽁무니를 보면서 차 뒤에 손잡이가 달려서 이렇게 힘들 때 잡고 올라가게 만들었음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힘드니까 별 생각을 다하죠?

헐티재는 왜 헐티재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허벌나게 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래요.^.^

앞서가던 잔달이 멈춰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네요.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는데 눈물을 닦는건지 땀을 닦는건지.

눈물을 닦는대도 그냥 지나칠래요.

아는 체 하면 멋적어 할까봐요.

드디어 정상입니다.

앉기 편한 돌멩이를 찾을 여유가 없네요.

똥침 놓듯 뾰족한 돌멩이에 걸터 앉았습니다.

연탄이 가져온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한숨 돌리니 저 아래 청도군 각북면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아침을 걸렀다는 맑은 해는 집에 두고 온 송편을 못내 아쉬워합니다.

콩나물 비빔밥, 산채 비빔밥, 맑은 해 얘길 들으니 떡도 먹고 싶고.

그래서 다섯 명이 모두 다른 음식을 시키자고 했어요.

배고파도 조금만 더 참자.

브레이크만 살살 잡아 주면 자전거는 맛있는 음식점으로 데려다 줄테니까.

난 아무래도 자동차 운전을 하면 폭주족이 될 것 같아요.

그냥 장농 면허로 놔 두는 게 여러 사람에게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내리막길을 차와 같은 거리를 두고 달렸다니까요.

오르막길은 어떤 힘 센 사람과 싸우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내리막길은 그 사람을 통쾌하게 이기고 휘파람을 부르는 개선장군 같지요.

드디어 음식점으로 들어섰습니다.

안에는 도자기로 만든 그릇과 한지로 만든 전등갓, 돌화분에 파랗게 자란 미나라도 참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보리밥에 온갖 나물을 넣고 된장 찌개를 조금 넣어 비볐습니다.

맛있어서 연탄과 잔달에게 먹어보라고 권했는데 맑은 해와 바람돌이에게는 그러지 않았답니다.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둘은 얼마나 맛있겠어요.

나, 오늘 왜 이러지?

원래 소식을 하는데 밖에만 오면 통제가 안 된단 말이예요.

아마도 여럿이 먹으면 맛있어서 그런가 봐요.
(저녁 때 목욕탕 갔다가 후회했어요.)

배도 부르고 방바닥도 뜨뜻하니 한숨 자고 싶다는 얘기들이 나오네요.

잠깐, 여기서 넌센스 퀴즈.

배가 부르면 왜 잠이 올까요?

우리는 나온 배 때문에 허리를 숙여 핸들을 잡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안전운전이 최우선이라 제대로 폼을 잡고 천천히 달렸답니다.

가다가 자전거를 다시 돌리게 만든 곳.

그곳은 올망졸망한 옹기를 파는 곳이었습니다.

천연 유약을 발라 전통 그대로 만든다고 안내되어 있네요.

진짜로 산으로 비스듬히 나 있는 재래식 가마가 있더군요.

작년 봄에 매실차를 담은 적이 있어요.

항아리에 매실과 설탕을 반씩 섞어서 숨쉬는 항아리에 담아 두면 항아리는 땀을 흘려 가며 매실차를 만들어 냅니다.

항아리 겉 표면에 매실차가 땀방울처럼 맺혀 있지요.

나는 자전거를 탈 때 하루에 몇 키로를 탔는지가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오늘처럼 내 관심사 쪽에 비중을 두지요.

천천히 달리면서 되새김질 하는 누렁소도 보고 매화꽃이 핀 것에서 봄도
느끼구요.

또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미소도 건네 주구요.

계속 평지 입니다.

그래도 난 지루하지 않고 좋아요.

가도 가도 새로운 것들이 펼쳐져 있으니까.

팔조령 입구까지 왔습니다.

통나무를 중간 중간 박으면서 황토를 이겨 집을 짓고 있는 걸 구경했습니다.

나도 나중에 황토집을 짓고 싶거든요.

팔조령은 헐티재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하지만 이미 내 왼쪽 무릎이 신호를 보내 왔습니다.

무리하지 말라고.

팔조령은 나를 조롱하는 듯하네요.

급경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개라고 평지도 아니어서 자전거에 올라타면 두 바퀴 돌리기가 힘들고 내리면 완만해서 사람을 참 우습게 만드니까요.

정상인 팔조령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아까 내달렸던 평지의 길은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고 저수지 밑에서 들려오던 농악대의 꽹가리와 징 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힘든가 봐요.

바람돌이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라고 했지만 간첩얘기 밖에 안했거든요.

다시 내리막길입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나면 어쩌나 하면서도 내달립니다.

이 기분에 자전거 끌면서 올라 왔는데.

팔조령 터널을 빠져나온 차들과 함께 진행하며 대구 시내로 진입을 합니다.

중동교에서 연탄은 수성구 쪽으로 빠지고 우리 넷은 영대병원까지 왔습니다.

오후 6시경입니다.

바람돌이는 직진을 하고 나는 미군부대 쪽으로 맑은 해와 잔달은 명덕 네거리 쪽으로 달려 갑니다.

여러분, 고마워요.

오늘의 빡신 자전거 하이킹은 가슴에 많이 저장이 되었습니다.

개강일인 3월 4일부터 조금씩 꺼내 쓰렵니다.


* 넌센스 퀴즈 풀었어요?
답은 정모 때 가르쳐 줄게요.


그리고 다시 후기를 썼는데 글이 먼저번 것보다 재미가 없네요. 이래서 어떤 개그맨이 리바이블은 안한다고 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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