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까페는 지고 다시 친구로 돌아가더라

햇살가득한 2011. 7. 27. 19:51

인터넷 까페가 시작 될 약 10여년쯤전. 오지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까페를 가입했다. 그 때 만난 사람들. 좀 더 좁혀 보자면 그 까페의 쏠로방. 쏠로라는 자유와 쏠로라는 옆구리 허전함으로 종종 뭉쳐 다녔다. 혼자 먹는 밥상에 김치라도 올려 놓자며 김장번개를 하였고 그걸 핑계삼아 또 뭉쳤다. 

그러다가 결혼한 커플도 있고 그 까페의 지인이 중매를 해서 결혼한 사람도 있고 아이도 태어나 식구를 늘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몇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 피부만 늙혀 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부산, 지리산, 부여, 영양... 가히 전국 구석에서 다 모이니 근사한 펜션이라도 잡아야겠지만 그보다는 기름값 걱정에 아는 분의 잠자리를 빼앗아 하루 그 집에서 묵기로 했다. 혹시라도 인원수가 많아질 것 같아서 10키로 떨어진 나의 촌집을 하루전에 가서 비누 묻혀가며 때 빼고 광내고 풀 뽑으며 준비를 마쳤다.  

 

 

하루종일 마당 풀뽑기, 수도 하수구 구멍내기, 청소하기에 힘을 쏟던 깨몽이 하남으로 돌아가고 날이 바뀌어 시장을 봐야 할 터. 엄나무 백숙을 하기로 했는데 가지런히 잘라온 엄나무의 성분을 빠른시간안에 뽑아내려면 잘게 잘라야 할 터. 근데 이 양반 왜 이리 안 온다냐.

할 수 없이 도끼를 찾아 들었다. 생각보다 잘 쪼개졌다. 땀을 삐질거리며 거기다가 연장에게 항상 예의(?)를 차리는 지라 더 땀을 내며 엄나무를 쪼개는데 이 뭔 정성인가 싶다.

 

 

울집 촌 상황들이다.

한약찌꺼기를 섞어 뽑은 풀을 거름이 되도록 비닐로 덮어 놓았다.  

 

 

 호박이 신나게 생을 개척하고 있다.

 

 

 

몇 대궁 심은 고추 첫수확을 했다.

 

 

 

이름이 뭔지 수돗가에 때에 맞게 진분홍빛을 내고 있다.  

 

 

화순 산적님네서 얻어온 머위.

 

 

천년의 사랑님이 오시고, 뚜껑이 열릴 뻔했다고 나중에 고백하는 은마래 일가가 오고, 바루와 상금농장 정소암이 왔다. 

얘기가 거슬러 올라가 김장정모때부터 현재까지 과거 현재, 또 미래로 시대를 종횡무진한다.

농사를 짓는 상금농장과 은마래님이 챙겨온 여러가지 농산물로 상을 차리고 또 넉넉해서 (공짜 좋아 하는 나.) 싸가지고 왔다.

클릭 한 번으로 탈퇴가 되면서 인간관계가 끊어지는 인터넷 까페에서 사람을 만나고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를 들어갈만큼 세월을 보낸 사람들. 다음에는 지리산에서 보자며 작별을 한다.      

 

 

 여주에서 자라고 있는 도라지.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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