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병원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서너 살 되었을까 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오는데
정신줄 놓고 보고 있다가 손을 잡고 구석으로 돌아가서 냅다 뛰어가
내가 키웠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조카가 태어나기 시작한 게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에 몇 번 안 다니는 버스를 기다리다
언니와 조카를 내려 놓지 않고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지는 걸 아스라히 쳐다보던 기억도 난다.
토요일에는 아예 버스정류장에서 놀면서 조카를 기다리다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중학생이 되자 친조카가 생겨났다.
검지 손가락을 하나씩 주면 두 놈이 고 작은 손으로 감싸쥐고 동네도 한바퀴 돌고 시장통도 가고 하는 통에
난 고등학교때부터 애엄마라 불렸었다.
늘 옆에 두고 보드라운 살결을 마냥 만져보고 싶었던 조카는 이제 애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졸지에 할머니가 되었다. 이모할머니.
바로 아래의 요 녀석 때문에 말이다.
그러더니 또 한 녀석이 태어나
"으~~~아미"
하고 나를 불러댄다.
이쁜 손주조카(ㅋㅋ) 녀석들 때문에 어디 애 봐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울 조카, 날 어이없어한다.
지는 애한테서 벗어나고 싶은데 애를 봐주겠다고 하니...
오늘은 토요일. 버스정류장에서 마냥 조카를 기다렸던 나는
이젠 손주 조카녀석들을 보러 고속도로를 내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