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부족하고, 아니 부족하지는 않다. 저 알아서 일찍 눈이 뜨여지니 자발적인 부족일텐데. 문제는 피로가 쌓여서 입안이 세 군데나 헐었다. 오늘따라 잠도 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휴대폰을 뒤적여서일 게다. 수년전부터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과 숫자들은 과거로 이끈다.
오늘은 퇴근을 하고 작은방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글을 쓰리라 생각했었다. 나무 심은 거, 밭에 씨앗 뿌린 것 하며... 그런데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요즘 우울증에 걸린게 확실하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머리 회전도 안 되고, 즐겁지도 않은 것이, 특별히 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4월 12일 단감나무, 대봉감나무, 대추나무, 엄나무, 가시오가피, 자두나무를 사다가 밭 둑에 심었다. 나무를 심은 것은 희망이건만 흐린 날씨에 혼자 심으려니 흥도 안 나고 하여 그냥 꽂고 오다시피 했다.
며칠전에 가서 보니 대추나무, 단감나무만 빼고 새싹이 잘 나오고 있었다. 살았다는 거다.
26일에는 땅콩, 도라지, 옥수수, 팝콘 옥수수, 파, 상추를 심고 왔다. 주말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심었는데 오늘 제법 많이 내려서 잘 자랄 듯 하다. 그런데도 흥이 안 난다. 그래도 내일은 물리치료를 받고는 바로 밭에 가 봐야겠다. 그 사이에 뭔 싹이 나왔을까만서도 13일 아이들과 심은 땅콩이 일부 말라가는 게 다시 되살아 났으면 싶다. 뿌리가 나오다가 말라도 다시 살아 날 수 있을까?
토요일에는 옆 밭에 아주머니들이 뭘 심길래 땅주인이 바뀌었음을 알려 드리고 인사를 드릴 겸 갔더니 옥수수를 심고 계셨다. 심고 남으면 10알만 달라고 하니까 주인 아주머니는 심고 남을지 모르겠다며 안 주셨는데 차에 있던 빵을 네개 들고 가서 이야기에 끼어드니 남는 옥수수를 30알 정도 주신다. 그걸 한 고랑 심고 한고랑은 일주일 간격으로 심어서 옥수수를 계속 따먹어야겠다. 고라니 밥상을 차려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서도.
비닐멀칭을 하지 않아서 김 매줄 게 벌써부터 고민이지만 여주 밭에 가는 것 보다야 가까우니까 두 어 번 와서 매 주면 되지 않겠나 생각된다.
여름방학에는 측량을 하고, 가을이나 겨울에는 흙을 받아서 집터를 고른뒤 석축도 쌓아서 내년 봄에는 집을 지을까 생각중이다. 좀더 빠르다면 이번 여름에 어디 흙 나는데가 있어서 가을에 집을 시작하면 더 좋을텐데.
봄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새학기라 정신이 없을 테니까.
퇴근후 집에 오면 대화 상대 없는 혼자라는 거, 타지에 와서 생활한다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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