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 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키만 멀쩡하게 크고 깨끗한 농산물 말고
작지만 야물딱져 향내 짙은 농산물이 먹고 싶었습니다.
막상 귀농을 하고 보니 농사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사실 '농사'라는 말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흉내만 내는데
씨 넣고, 거름주고, 밭갈고, 옮겨 심고, 김매주고, 수확하고, 갈무리 하고, 말리고, 선별하고...
셀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농산물을 그래서 자식같이 키웠다고 하나 봅니다.
오늘 친구들이 모인다길래 하나씩 주려고 옥수수 뻥튀기(강냉이)를 3봉이나 튀겼습니다.
남편이 뜨거운 여름에 수확하여 미쳐 다 팔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갈아 엎지도 못해서
허구헌날 창고에 앉아 옥수수 알을 땄습니다. 옥수수 알 따는 것도 장난 아니게 힘들죠.
뻥튀기를 찾으러 갔더니 쌀을 튀기러 온 어떤 아주머니가 찰옥수수냐고 묻네요.
그렇다고 했더니 부러워하길래 튀기고 남은 걸 드렸어요. 한번 튀기고도 남을 양이었어요.
그랬더니 자기도 농사 해 보니 농산물 그냥 먹는 거 아니라면서 얼마 줘야 되냐고 묻네요.
사실 있으나 마나한 돈이었는데 마음이 고마워서 조금 받았습니다.
오늘 나눔한다던 작약을 택배로 부쳤습니다.
어느 까페건 들어가보면 나눔한다면 줄을 서던데 전 그래서 택배비를 부담하라고 합니다.
택배비 보다 더 가치가 있다면 신청을 하겠지요.
그냥 준다니까 무조건 신청하고 보면 그 물건은 쓰레기가 될 수도 있지요.
또 꼭 필요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는 것일수도 있구요.
(당첨된 세 분중 두분만 주소를 주셔서 선불로 보내드렸습니다.)
농산물을 드실 때는 단순히 돈과 맞바꿨다고 생각지 마시고
한알이 내 입에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연의 정성과 인간의 노력의 결과물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장황하게 글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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