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누렁이 새끼들

햇살가득한 2020. 2. 6. 21:04

"어, 엄마 이 냄새는 뭐죠? 엄마 젖 냄새도 아니고 태어나서 처음 맡는 건데요?"

"그건 쏘세지라는 거다. 아주 맛있지."

" 맞아요. 좀전에 아줌마가 손바닥 끝으로 내밀어 주는 걸 먹어 봤어요. 엄마 젖과는 또 다른 맛이예요. 씹을 수도 있고."

이제 태어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 된 누렁이 새끼들이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잘 찾아봐. 또 있을 지 몰라."

누렁이 새끼들은 코를 땅에 박으며 열심히 소세지를 찾습니다.   


눈치 빠른 할머니는 아주머니를 쳐다보고 있네요.

더 달라고 얌전하게 앉아서.


"나는 더 못찾겠어요. 그냥 포기할래요."


"나두, 나두."


"아주머니 우리 애들이 이렇게 더 먹고 싶어 하는데 좀만 더 주세요."


"이것도 먹는 건가? 보들보들 한데 맛은 없는걸."


아주머니가 자꾸 "얼얼얼" 하고 우리를 부릅니다.

냄새가 또 나는 걸 보니 맛있는 걸 주시려나 봅니다.


아, 근데요. 나는 못찾겠어요.

"엄마, 아까 그 소세지 냄새가 나는데 어디 있는 거예요?"

"잘 찾아봐. 나는 어디있는지 보이는데. 그런데 아주머니는 맛있는 걸 줄 때마다 우리가 이렇게 앉아 있는 걸 좋아해.그래야 주시거든. 어떤 땐 코 밑에 대고 '기다려' 할 때도 있어. 고통스럽지."

"이건가요? 아니구나. 풀이었어요."


"에구, 바로 그 풀 앞에 있잖니."



"이렇게 앉아서 기다려 보렴. 분명 맛있는 걸 주실거야. 근데 아가야, 왜 아주머니가 갑자기 소세지를 사와서 너희들을 유혹할까? 난 안단다. 내 형제들도 너희들처럼 젖을 뗄 무렵 맛있는 걸 먹고는 한 마리씩 남에게로 보내졌단다. 너희들도 그때가 온거야."


"그게 무슨 말이예요? 우리가 엄마랑 떨어져야 한다니요?"


"너네 아빠도 봐라. 먼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진도에서 왔다는구나. 너희들도 이제 다른 집으로 가야할 때가 된 거야."


"난 안 갈래요. 엄마 얘기는 못들을 걸로 할래요."


"그러지 마라. 언젠가는 모든 것들과 이별을 해야 한단다. 그래야 또 다른 생명들이 태어나는 거고. 아가야, 가는동안 젖이나 좀 더 먹으렴."


"엄마가 많이 그리울 거예요."


"아가야,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단다. 그게 개들의 운명이거든.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좋은 주인 만나서 집 잘 지키면서 사랑 받으면서 잘 살렴."


"엄마!"


"아줌마, 날 진짜로 보내시려구요? 그래서 사진 찍는 거죠? 그쵸?"


"난 좀 슬퍼요."


"우리 두 자매는요. 누렁이라고 불리우는 우리 엄마가 태어나서 처음 낳은 자식들이예요.

아빠는 흰색인데 우리들은 엄마처럼 누렁이예요.

여기는 강원도 강릉이구요.  직접 오셔서 우릴 데려가셔야 된대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순하면서도 짐승도 잘 잡는대요. 우리 엄마 주특기는 잘 짖어서 동물들을 쫒아 낸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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