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588

햇살가득한 날

금요일 저녁에 방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는데 뭐 타는 냄새가 납니다. '뭐 올려 놓은 것도 없는데...' 그러면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데 냄새는 계속 납니다. '진짜 뭐 올려 놓은 게 없는데.' 이런 생각이 나이 듦을 알려 줍니다. 냄새가 나면 나가 봤어야 하는게 당연한 것인즉. 한참을 지나서 나와봤더니 저녁 먹으려고 데우고-잠깐의 시간이 필요한-있던 냄비에서 연기가 나네요. 시커멓게 탄 냄비 바닥. 그리고 쪼그라붙은 도루묵 졸임. 남편이 혀를 끌끌 찹니다. 나는 나훈아의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 이러는 내가 정말 미워!" 노래를 부르며 "그러지 마. 이게 아마도 치매의 전조 증상인가봐. 다 같이 늙어 가는데 이해 하면서 살자구." 했더니 남편 어이없어 합니다. 그래서 토요일인 어제 아침부터 대대..

정원 돌 쌓기

포크레인 바가지로 돌을 들어 차에서 내려서 지렛대로 돌을 들썩여 제자리에 놓아가며 도랑쪽을 약 100미터가량 쌓았다. 그리고 올 여름 장마가 오기 전 돌 틈새에 시멘트를 비벼서 메워 물이 들어가서 흙을 끌고 나오지 않게 조치를 했다. 그 바람에 남편은 늘 파스를 붙였다. 한 달 전 쯤 멀리 금산에 가서 집게를 사 왔다. 포크레인 수리업자를 불러서 라인을 연결하여 집게를 달았다. 그리고는 창고를 뜯어내며 드러난 비탈진 곳을 돌로 쌓는다. 비가 오고 땅이 다져지면 내년 봄에 돌틈에 좀눈향나무와 연산홍을 심어야겠다.

셔츠로 쿠션 만들기

17년 쯤 된 이불. 서울 광장시장에서 이불과 요를 사서 시외버스에 싣고 온 그 이불이다. 원목으로 된 쇼파를 당근마켓에서 사면서 딱딱해서 쿠션이 필요했는데 오래된 이불을 잘라서 광목을 씌웠다. 친구 남편이 안입는다며 보내온 셔츠. 소매는 토시를 만들고 몸통은 쿠션으로 변신. 셔츠 단추를 꿴 다음 뒤집어서 무늬에 맞게 잘 펴서 핀으로 고정. 자로 재서 줄을 그은 다음 자른다. 재봉으로 4군데 모두 박으면 끝. 뒤집어서 단추를 풀어 쿠션 솜을 넣으면 완성이다. 줄무늬가 있어 재단하는데 수월하다. 친구 남편이 안입는다며 보내온 셔츠. 소매는 토시를 만들고 몸통은 쿠션으로 변신. 셔츠 단추를 꿴 다음 뒤집어서 무늬에 맞게 잘 펴서 핀으로 고정. 자로 재서 줄을 그은 다음 자른다. 재봉으로 4군데 모두 박으면 ..

일상/꿰매고 2021.06.13

버섯 종균 넣기

1월이 되어 나무에 물을 올리지 않을 때 남편은 골짜기에서 참나무를 베었다. 그걸 열심히 옮겨 와 쌓아 놓아 더 말려서 3월말인 28일 버섯 종균을 넣었다. 우리, 윗집, 손씨 아저씨네가 서로 품앗이를 해서. ​ 남편이 드릴로 구멍을 뚫어주면 윗집 아저씨는 나무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고 ​ 윗집 언니와 손씨아저씨네는 종균을 넣고 빠지지 않게 나무로 꾹꾹 밀어 넣는다. ​ 60개 나무에 넣었으니 내년 가을부터는 몽글몽글 예쁜 버섯들이 피어 나올 것이다.

봄날의 밥상

날이 따뜻해지자 표고 버섯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물을 뿌려주지도 않았고 그늘막이나 비닐을 씌우지 않은 자연상태 그대로이다. 그래서 못생기고 등이 다 갈라졌다. 백화고다. 하우스에서 키운 건 통통하고 갈색이 나며 물렁한데 우리 거는 작고 단단하다. 그래서 요리를 하면 더 쫄깃하다. 썰어서 표고버섯밥을 지었다. 윗집, 손씨 아저씨네를 불러 지난해 설날 동해서 캐다 비탈에 심은 한 뼘자란 부지깽이도 뜯어서 데쳐 무치고 달래도 캐서 달래장을 만들었다. 표고버섯밥에 달래장을 넣어 비벼 먹으니 봄이 입안 가득하다. 계란은 지인이 유정란을 한 판 준 것. 12개를 삶아 나눠 먹었다.

일상/볶고 2021.03.30

이 해가 다 가는구나

코로나로 하루하루를 감정을 누르며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요즘. 내일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바닷길 따라 드라이브를 갔다 오자고 했더니 단번에 싫다고 한다. 집에 갇혀 있는 사람도 힘들 것이지만 산속에 갇혀 있는 사람도 힘들다. 오늘은 땔나무를 주워왔다. 벌목을 하고 잘라놓은 것들이 말라서 불쏘시개로 좋아서 해 오는데 남편은 요즘 허구헌날 나무를 하는데 오늘 처음 따라 나선 나는 힘든 걸 보고 차라리 춥게 지낼테니 불을 조금 넣으라고 했다. 불 하나는 잘 때주는 남편. 시아버지가 나무를 엄청 해 놓고 불을 잘 때 주시더니 남편이 그걸 꼭 배웠다. 더워서 답답할 지경이다. 오랫만에 김을 재웠다. 마당에 나가 솔잎을 잘라다가 솔로 썼다. 김을 굽는김에 고추장양념 삼겹살도 굽고, 멧돼지도 굽고, 도루묵도 구웠다.

펭귄

컴퓨터 배경화면에 이런 그림이 떴다. 친절하게 사진이 마음에 드냐고 묻기도 한다. 맘에 들면 바로 답을 보낸다. 아는 분은 멋진 풍경을 클릭해서 어디인지 적어 놓는다고 한다. 나중에 여행가려고. 나는 멋진 사진을 보면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 실제는 안 그런데 사진이 환하게 나왔다. 직장과 퇴근후 집 일도 바빠서 과로사 하겠다고 했는데 지난주부터 잠시 짬이 난다. 토요일 5시부터 붓을 들고 앉아 있으니 남편이 저녁을 차린다. 내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은근 좋아하는 눈치다. 지난번 글을 방송에 보내고 냄비세트를 탄 후는 더 그런 거 같다. 원고 쓸 일에 머릿속으로 가늠을 하고 있으면 원고 안 쓰냐고 재촉도 한다. 내가 이 그림 어때? 하고 펼쳐보이면 눈을 찡그리거나 '비켜!'하면서 TV 보는 자기 ..

일상/그림 2020.11.24

농사꾼의 보람(감깎기)

올해는 태풍에 거기다가 감 뿌리를 건드려 그런지 감이 많이 달리지 않았다. 그러나 단감만 여전히 많이 달렸는데 대봉감이야 홍시로 먹어도 되고 곶감을 깎으면 되지만 단감은 물러 버리면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지인(?)에게 팔기로 했다. 아직 따지도 않았는데 농약안 친 단감 사실래요?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런다고 했다. 갯수를 보고 가격을 결정해야 해서 딴 뒤에 인터넷 검색해서 알려 드린다 하고. 남편은 10키로에 2만원을 받으라고 한다. 그럼 택배비, 박스값 빼고나면 만원을 받으라고? 2만 8천원으로 문자를 남기고 났는데 이런 잠이 안 온다. 봄 되면 거름 주고 우리야 농약 안치고 냅둬 농법으로 키운다지만 감을 일일이 따는 수고로움과 감 가지치기 등 뭐 전혀 방관의 농사는 아닌데 ..